총파업 초읽기…노동장관 중재로 삼성 노사 '최후 협상’
오후 4시 재회동…사실상 마지막 협상
성과급 분배 방식·제도화 등 과제 여전
‘핵심’ 빅테크 고객 신뢰 훼손 우려 확대
2026-05-20 17:30:40 2026-05-20 17:30:40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막판 협상을 재개했습니다. 3일에 걸친 중앙노동위원회 협상에서도 합의가 불발되며 총파업 직전까지 치달았지만, 정부가 직접 양측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히며 논의가 이어진 것입니다. 삼성전자 파업이 반도체 산업을 넘어 국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정부도 중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다만 성과급 분배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가 여전해 파업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성과급 배분 방식과 제도화 문제를 다시 논의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장관이 직접 조정하는 삼성전자 노사 교섭이 이날 16시부터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개최된다”고 밝혔습니다. 
 
노사, 총파업 직전 마지막 협상
 
노동부에 따르면 회의에는 사측에서 여명구 DS 피플팀장, 노조 측에서는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참석했습니다. 앞서 양측은 지난 18~20일 세 차례에 걸쳐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하며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양측의 재협상은 ‘파업은 막아야 한다’는 개입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불광불급(미친 듯이 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 “희망은 절망 속에 피는 꽃. 끝나야 끝난다”는 글을 쓴 뒤, ‘선 지키며 책임 있고 삼성답게’, ‘파업보다 어려운 건 교섭’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노사의 합의를 독려했습니다.
 
양사의 회의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주관하는 사후조정과 달리 노사 간 자율협상 형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협상을 주재하는 김 장관은 상황을 직접 주도하기보다 노사 간 대화를 지원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다만 이번 협상으로 노사가 합의를 이뤄낼 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초 노사는 지난 18~20일에도 3일간 협상을 이어갔지만, 성과급 재원 배분 방식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바 있습니다. 이날 오전 협상에선 연봉의 50% 상한 폐지와 제도화 등 상당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기도 했지만, 성과급 재원 배분 비중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결렬에 이르렀습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왼쪽부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 회의에서 협상 결렬에 따른 입장을 밝힌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과급 입장차 여전…파업 대비하는 삼성
 
이 과정에서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편성한 뒤 부문 단위 70%, 사업부 단위 30% 비율로 배분하자고 주장했고, 사측은 성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업노조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노조는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했습니다. 
 
사측도 결렬 직후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삼성전자는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필수 인력 운영 계획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앞선 18일 수원지법이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총파업에도 부분적으로 제동이 걸렸고, 사측은 가처분 결정에 따라 필수 인력 7087명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노조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과 교수는 “공정에 대체 불가능한 필수 인력들이 있다. 사람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특정 공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일정 이상의 필수 인원은 유지해야 한다. 이 인력을 신중히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측 역시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AI 반도체가 호황이지만 다른 사업부도 유무형의 직간접적인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사업부도 어느 정도 보상이 이뤄지긴 해야 한다. 불만이 계속 쌓이면, 결국 또 파업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성과급 보상 체계와 달라도, 삼성이 조금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직접 중재에 나선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헤야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파업은 긴급조정하면 막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정치권이 글로벌 기업에 맞는 방향성을 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성 넘어 국가 경제도 휘청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파업에 따른 단기적인 생산 차질보다 장기적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가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적기 납품이 중요한 산업에서 신뢰가 흔들릴 경우 향후 고객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기술력 차이도 있지만, 빨리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 즉 고객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가 많이 작용했다”며 “지금은 메모리가 공급 부족이라 고객에게 선택지가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와 공급이 맞아질 거고, 그 때는 (신뢰 훼손이) 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이 전면 중단된 뒤 복구되는 데 약 3주가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해 반도체 생산 차질 규모를 약 30조원 수준으로 추산했습니다.
 
노조는 사업장 밖 대규모 집회보다 작업 거부 등 사내 투쟁 중심으로 총파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조 측은 2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사업장에서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계획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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