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테슬라가 최근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Y 후륜구동(RWD)을 기존보다 저렴하게 국내 시장에 선보이면서 전기차 시장에도 가격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입니다.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을 경우 4000만원 후반대 가격으로 팔 수 있어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
기아(000270) EV6와 가격이 비슷해지는 만큼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Y RWD 가격은 5699만원입니다.
아직 정확한 보조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보조금과 테슬라에서 진행 중인 추천인 제도(리퍼럴) 할인을 더하면 4000만원 후반 또는 5000만원 초반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 만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출고가가 확 낮아졌습니다. LFP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가격이 저렴한데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가 들어간 모델Y 사륜구동 롱레인지 가격은 7874만원으로 2000만원 이상 저렴해졌습니다.
모델Y의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대표 전기차 커뮤니티에는 '모델Y 계약 인증'과 리퍼럴 코드를 공유하는 게시글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먼저 차를 구입한 차주의 소개로 차를 구매할 경우 추천인과 구매자 모두에게 60만원 상당의 크레딧을 제공하는 리퍼럴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델Y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는 현대차·기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기존에 전기차 보조금 100%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아이오닉5와 6, EV6 등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델Y가 4000만원대 후반으로 자리하면 경쟁 구도가 확고해집니다. 아이오닉5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면 트림에 따라 다르지만 약 4000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업계 관계자는 "모델Y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소비자들의 테슬라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며 "그만큼 국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인하 요구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가격은 배터리가 좌우합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가량을 차지합니다. 테슬라가 가격을 확 낮출 수 있었던 것도 LFP 배터리를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LFP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저렴하고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비교해 안정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한계로 지적돼왔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LFP 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로 LFP 배터리의 성능이 향상된 데다 비싼 NCM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큰 강점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보다 15% 가량 원가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오닉5 등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에는 NCM 배터리가 쓰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LFP배터리를 도입해 탑재 모델을 확대할 계획인데요.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도 LFP를 적용한 전기차 모델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프리미엄 전기차엔 NCM, 보급형엔 LFP 배터리가 쓰이는 것이 트렌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테슬라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스텔란티스도 중저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LFP 개발 난이도가 NCM 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가 조만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 보급형 모델 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KG모빌리티는 오는 11월 토레스 EVX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4850만원부터 판매돼 보조금 받을 경우 지역에 따라 3000만원대에도 살 수 있을 전망입니다. BYD의 LFP 배터리를 장착해 경제성을 키웠습니다.
기아는 하반기 레이 전기차 모델을 내놓고 내년에는 소형 전기차인 EV3 생산에 들어갑니다. 현대차는 내년 캐스퍼 전기차를 출시합니다. 볼보와 폭스바겐도 각각 EX30, 폭스바겐 ID.2 all 등 소형·저가 모델 출시를 계획 중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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