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경찰이 수사 책임성을 강화하고자 검찰 결정서와 법원 판결문 등 수사 결과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관련 자료 확보입니다. 인사 평가에 수사 결과를 일괄 반영하려면 사건에 관한 결정서와 판결문 등이 확보돼야 하지만, 경찰은 형사사법포털(KICS)을 통해 건별로 직접 신청해 받아보는 구조입니다. 이에 경찰은 11일 시작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후속 '검·경 수사준칙' 개정 논의에서 결정서와 판결문 공유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1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와 검찰, 경찰 등 관계 기관은 이날 청와대 주재로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준칙) 개정을 위한 첫 회의를 엽니다.
현행 수사준칙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사건을 처리할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는 전제 아래 수사의 기본 원칙, 검·경 협력 방안, 수사 개시부터 사건 송치 절차, 보완수사 요구의 대상과 범위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소법 개정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된 상황에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협력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겁니다.
경찰은 사건 송치 후 수사 결과를 인사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찰 결정서와 법원 판결문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이번 수사준칙 개정안에 담겠다는 계획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이상식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2026년 치안종합성과평가 성과지표'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경찰 성과과제'로 '수사의 책임성 강화 노력도'를 포함시키고 세부 평가 지표엔 "송치 후 처분 결과, 결정 변경 사례 분석"을 신설했습니다. 송치 후 검찰의 기소 여부, 법원의 유·무죄 판결 등을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말입니다. 이 평가는 시·도경찰청 및 경찰서 관서와 수사 부서 평가에 사용됩니다. 심사승진 땐 개인의 성과평가 등급(S·A·B·C) 결정에도 참고 자료로 활용됩니다.
다만 현재 상태에선 해당 평가 지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는지' 묻는 이상식 의원실 질의에 "수사 결과 전건을 인사에 반영하려면 검찰 결정서와 법원 판결문 전체를 경찰 사건 수사 시스템(KICS)에 연계해야 하나, 현재는 수사관이 KICS를 통해 직접 요청한 경우에만 제공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수본 관계자도 "일단 성과지표 항목엔 넣어놨지만 관련 자료 협조가 안 돼서 송치 후 처분 결과와 법원 판결문 등을 실제 반영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며 "현재는 경찰 내부 결정 변경만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내부 결정 변경이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로 기존 송치 결정이 불송치 결정으로 바뀌거나, 불송치 결정이 재수사 요구로 송치 결정으로 바뀐 경우를 뜻합니다.
검·경 간 자료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배경에는 수사준칙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습니다. 수사준칙 57조(송치사건 관련 자료 제공)는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의 공소장, 불기소결정서, 송치결정서 및 법원의 판결문을 제공할 것을 요청하는 경우 이를 사법경찰관에게 지체 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경찰은 해당 규정에 따라 검찰이 모든 결정서와 판결문 등이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검찰은 개별 수사관이 요청할 경우에만 줄 수 있다는 기조입니다. 모든 사건의 결정서와 판결문을 경찰청에 일괄 공유할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이에 경찰청은 개정 형소법 시행 이후에도 해석상 논란이 제기되는 걸 차단하고자 이번 수사준칙 개정 과정에서 해당 내용에 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방침입니다.
한찬식 민정수석이 지난 6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경찰이 검찰 결정서와 법원 판결문을 공유받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해당 수사 결과를 경찰 개인의 인사 평가에 직접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결정서와 판결문은 경찰의 수사 책임성 강화뿐 아니라 범죄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며 "결정서와 판결문을 경찰로 공유하는 게 어렵다면, 법무부가 나서서 수사준칙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검찰 결정서와 법원 판결문을 오직 인사 평가 목적으로 인사 부서만 열람하도록 한정한다면 협의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사 결과 자체를 인사 평가에 곧이곧대로 반영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가 경찰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경찰의 수사와 결론이 틀린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검토해야 할 내용이 많고 매우 복잡하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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