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4년만 파업 피했지만…임금협상은 과제
삼성전자, 당장의 파업은 면해
삼성전자 노조, 파업 대신 투쟁 선택
2023-05-08 06:00:00 2023-05-08 07:25:04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창사 이래 첫 파업 여부를 두고 전운이 감돌았던 삼성전자(005930)가 당장의 리스크는 면했습니다. 하지만 노조가 투쟁을 선포하며 노사간 임금협상에 대한 갈등은 여전히 남게 됐습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노조)은 지난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대 투쟁’을 선포했습니다. 
 
노조는 회사의 ‘무노조경영 포기’와 회사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모든 노조와 함께 연대 투쟁하며 삼성전자 약 12만명 직원들을 만나러 다니겠다는 등의 투쟁 계획을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해 노조는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쟁의 조정을 신청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인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파업 선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에서 집단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이에 따른 여론의 반발 거세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으로 노조는 직원들을 만나서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협상한 올해 임금 인상률 등에 대한 의견 듣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사협의회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노조가 없는 기업에서도 직원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3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 설치되는 기구입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2월 말~3월께 노사협의회와 임금인상률을 합의해왔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삼성전자 사측-노사협의회와 올해 평균 인상률 4.1%로 합의
 
양측은 올해 평균 인상률을 4.1%(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로 합의했습니다. 노조는 ‘무노조경영’을 선언한 삼성의 이러한 행태가 불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노조 측은 “헌법 33조에 따르면 단체교섭권은 오로지 노동조합에만 있고, 설령 노사협의회가 회사와 협상하더라도 근로자참여법 5조에 의해서 노동조합의 교섭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요구사항은 △경쟁사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최소 6%) 또는 일시금 보상 △고정시간외 수당 17.7시간 철회 △재충전 휴가 5일 △노조창립일 1일 등입니다. 그러나 사측은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노사 간 입장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지난 달 21일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했습니다.
 
중노위는 사측과 노조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달 21일과 이달 2일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음을 확인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노조는 쟁의권을 두 차례 연이어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파업은 불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파업’이라는 결단을 내리기 전 최대한 총수와 경영진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여 더 이야기를 나눠보겠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노조는 임금 인상률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노조를 무력화하는 삼성의 자행을 멈추는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선언한 ‘무노조 경영’ 현실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노조 경영 철폐’ 첫 걸음은 노동 3권 인정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이 단순히 임금 인상을 바라기 위함이 아니라, 노동 3권을 인정해달라는 것이 회견의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오상훈 삼성연대체 의장은 “며칠 있으면 삼성이 무노조 폐기를 선언한지 3년이지만 지난 이 회장이 선언한 ‘무노조 폐지’ 선언은 대사기극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사측은 노조가 있음에도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상을 해오고 있다. 무노조 경영이 되기 위해선 이재용 회장을 만나야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회장과의 만남을 위해 노조 측에서 수차례 요구했지만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3년 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6일 이 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를 선언한 지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2020년 5월 6일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잦ㅇ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선언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준법위) 권고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 내 준법을 준수하는 기구를 신설하라는 요구했고, 이에 따라 삼성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이후 준법위는 이 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해 반성과 사과하라고 권고했고, 그룹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도 이 회장이 직접 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노조의 입장만을 내세워 파업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노사가 함께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조합원은 지난 2일 기준  9727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1000여명의 7.4% 수준입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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