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LG는 LG그룹의 지주회사이지만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곳은 없습니다. 따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자회사들로부터 나오는 배당금, 브랜드 로열티, 부동산 임대소득이 주된 수입원입니다. 자회사들의 경영실적에 따라 함께 좋아지고 나빠지는 천수답 사업을 영위하는 셈이죠.
그럼에도 LG의 사업구조가 단순해 다음해 실적도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합니다. 정확한 숫자는 몰라도 분위기는 가늠할 수 있어요.
일단 부동산 임대소득은 크게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전년과 비슷하게 잡으면 됩니다. LG 소유의 건물을 매각하지 않는 한 임대소득이 감소할 일은 없겠죠? 대략 1300억원 수준입니다.
가장 큰 수입원은 브랜드 로열티입니다. 이건 사용료율이 정해져 있어요. 그룹 지주회사들은 대개 자회사 매출의 0.2~0.3%를 로열티로 받는데 LG는 0.2%로 책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각사의 해당연도 예상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의 0.2%입니다.
당연히 각사들의 매출에 따라 브랜드 로열티도 달라집니다. 다들 장사를 잘해야 로열티 수입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익은 여러 변수로 인해 변동성이 큰 것과 달리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편입니다. 기업은 마진이 적어도 팔아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즉 자회사들의 제품과 서비스 판매가 눈에 띄게 감소하지 않는 한 지주사가 받는 브랜드 로열티가 급감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LG의 실적을 분기별로 구분해서 보면 1분기가 가장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예상 매출에 따른 로열티가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어림잡아 3000억원 정도의 브랜드 로열티가 예상됩니다.
자회사 배당 양호
다음으로 중요한 매출원은 자회사들이 지급하는 배당금입니다. 그룹사에 속한 상장사들은 대부분 정기주주총회를 열기 전에 얼마를 배당할 것인지 발표합니다. LG그룹의 주요 상장사들도 공시했습니다.
LG전자는 주당 700원, 총 1269억원의 배당을 결정했습니다. 1년 전 850원 배당에서 크게 줄였군요. LG가 보유한 LG전자 지분은 33.67%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만큼 배당금이 유입되겠죠. 단, LG전자는 76만주 이상 자사주가 있어요. 자사주엔 배당금이 지급되지 않죠. 따라서 정확하게 LG가 보유한 주식수 5509만4582주에 700원을 곱한 385억원이 LG 몫이 될 겁니다.
LG전자보다 큰 자회사 LG화학은 1주당 1만원, 총 7831억원을 배당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LG의 보유지분은 33.34%, 2355만주니까 2355억원이 배당수입으로 잡히겠군요.
LG생활건강의 배당총액은 671억원입니다. 3년 연속 주당 1만원 이상 배당하다가 4000원으로 크게 줄였어요. 이익이 크게 줄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엔 주당 400원, 총 1719억원 배당을 발표했는데 이미 250원 중간배당을 했었죠. 연간으론 650원입니다. LG의 지분율은 37.66%입니다.
심지어 비상장회사인 LG CNS도 배당을 많이 하고 있어요. 2021년 결산 때는 순이익의 40%에 해당하는 95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주당 1090원이었어요. LG가 보유한 LG CNS의 지분은 49.95%입니다. 올해 배당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는데 고배당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금은 3월 정기주총에서 확정된 후 4~5월 중에 입금됩니다. LG전자는 매년 4월 하순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자회사들 배당금을 모두 합치면 4000억원쯤 되는군요. 이 돈이 4월말에 LG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물론 세후 배당금이라서 실제로는 이보다 적겠죠.
여기에서 주목할 것이 이중과세와 ‘익금 불산입’입니다. LG는 자회사들에게서 받는 배당금이 주 수익원 중 하나인데, 이 돈이 이익의 원천이 돼 또 법인세를 내야 합니다. 이중과세죠. 그래서 자회사 지분율에 따라 이익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과세할 때 빼고(익금 불산입) 계산합니다. 익금 불산입률은 일반회사와 지주회사, 상장 여부, 보유지분율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LG가 주로 해당하는 상장사 30~40% 지분보유 구간인 경우 현재 90%를 빼고 과세 중입니다. 다만 이 세율은 80%로 낮춰질 예정입니다. 바뀐 세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긴 했는데 언젠간 적용되겠죠.
상속세 재원용 고배당 계속될까?
이렇게 자회사에서 받는 임대수익과 올해 예상 매출액에 비례한 브랜드 로열티와 작년 결산 배당금을 모두 더하면 올해 LG의 실적을 채우게 될 겁니다. 연결실적은 몰라도 별도 실적은 올해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LG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별도 순이익에 따라 올해 결산 배당도 달라지겠죠.
LG는 2022년 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200원씩 늘려 보통주는 3000원, 우선주는 3050원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총 배당금은 4745억원입니다. 약속대로 배당성향이 높게 유지되고 있어요.
다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5년간의 고배당은 상속세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LG는 2018년 결산 때부터 배당을 크게 늘렸습니다. 구광모 LG 회장의 상속 시기와 겹치죠. 2018년 11월 구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LG 주식지분 11.3% 중 8.8%를 상속받아 총 15.95%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나머지 지분은 장녀와 차녀에게 상속됐습니다.
이로 인해 총 9215억원의 상속세가 발생했어요. 이중 구 회장이 내야 할 세금이 7161억원이었죠. 너무 큰 돈이라서 연부연납제도로 5년 동안 6회에 나눠 내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 5년에 걸쳐 다섯 차례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매년 회장으로서 받은 급여와 상여금을 보태 세금 상당액을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연 상속세를 낸 후에도 계속 고배당을 이어갈지가 관건입니다. 주주환원책은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배당 감액이 쉽진 않겠지만 자회사가 배당을 줄일 수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주사 중에서도 저평가
투자자들이 이런 사안까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인 매출 규모를 예상하고 여기에 자회사들 사업이 개선돼서 브랜드 로열티가 더 많이 늘어나길 바라는 정도겠죠. LG전자, LG화학 등의 올해 전망을 보면 부정적이진 않습니다. 증권사들은 원재료비 하락과 물류비 감소 등으로 작년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라며, 전년 수준에서 소폭 증가하는 정도의 실적을 예상했습니다. 장외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LG CNS는 올해 상장 계획도 잡혀 있죠. 기업공개(IPO)가 추진된다면 LG도 함께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LG는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52.2%로 지주회사 중에서도 저평가 돼 있다”며 “LG CNS의 상장이 구체화될 경우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증시에선 지주회사 할인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안타깝지만 그래도 LG의 배당은 매력적입니다. 만약 올해 결산에서도 3000원 배당을 유지할 경우 현재 주가 대비 3.7%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LG는 보통주와 괴리율이 큰 편이죠. 주가가 5만9700원으로 더 낮은 우선주로 매수한다면 배당금도 50원 더 받아 배당률이 5.1%로 쑥 올라갈 겁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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