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지난해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아파트 단지는 둔촌주공이라고 합니다. 재건축 분양을 했으니까 이젠 새 이름 올림픽파크포레온이라고 해야 하는데 아직도 둔촌주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네요.
그렇다면 둔촌주공 다음으로 자주 언급된 단지는 어디일까요? 통계를 냈다거나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헬리오시티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둔촌주공에 관한 뉴스나 분석이 나올 때마다 헬리오시티가 함께 거론됐으니까요.
둔촌주공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헬리오시티는 송파구 가락동. 엄연히 행정구역이 다르고 시장도 다른데 번번이 입에 오르내립니다. 재건축 대단지라는 공통점 때문이겠죠. 멀다고는 해도 양재대로 따라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기도 하고요.
헬리오시티는 지난 몇 달간 둔촌주공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입니다. 사진은 송파역 3번, 4번 출구를 나오면 마주할 수 있는 헬리오시티 정문. (사진=홍연 기자)
헬리오시티 15억대 실거래, 둔촌주공 계약률에 타격
헬리오시티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재건축 아파트 단지입니다. 무려 84개동, 9510세대에 이릅니다. 둔촌주공이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변신하는 날 1만2032세대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겠지만 그건 2년 후의 일이고, 어디까지나 지금은 헬리오시티가 가장 큽니다.
둔촌주공 분양이 성공했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성패 여부는 계약률에 달렸는데 누구도 정확한 계약률을 알지 못하거든요.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고 계약률에 관한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좋았으면 발표했겠지.” 다들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계약률이 부진할 거란 분석과 전망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헬리오시티가 따라붙습니다. 둔촌주공의 국평(국민평형, 전용면적 84㎡형) 분양가가 최고 13억원, 옵션을 포함하면 14억원을 넘는데 헬리오시티 국평은 현재 얼마다, 과연 둔촌주공 당첨자들이 계약할까, 이런 식이죠.
헬리오시티는 2018년 12월부터 입주한 5년차 아직은 신축입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할 땐 7년차가 됩니다. 그땐 신축도 아닐 헬리오시티와 국내 최대 신축 단지를 비교하는 것이 공평해 보이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송파구와 강동구의 입지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겠죠. 세상은 연식보다 입지에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올해 1월 헬리오시티에서 15억3000만원 실거래 기록이 찍히자 둔촌주공 당첨자들이 흔들렸거든요. 15억대이긴 해도 1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둔촌주공 분양가가 더 저렴한 건 변함이 없는데 말이죠.
종합해 보면 수요자들은 둔촌주공보다 헬리오시티가 더 비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잠실동과 신천동, 가락동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둔촌주공 분양을 기다렸던 대기자들이 분양가 발표 후 실망하고, 모델하우스에서 좁은 동간거리 등을 확인하고 또 실망해 헬리오시티로 돌아선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는군요. 청약을 넣고 당첨된 후에도 저조한 계약 상황을 지켜보다가 계약을 포기하고 헬리오시티로 갈아탄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헬리오시티의 동 배치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곳도 빽빽하게 지어 분양 당시 말이 많았죠. 실제로 대낮에도 앞 동이 햇빛을 가리는 곳이 많습니다. 둔촌주공은 더 심하단 얘기겠죠?
헬리오시티 단지를 길게 가로 지르는 길 옆의 남향 동들이 개방감이 좋고 해가 잘 듭니다. 그만큼 시세도 다른 동들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죠. (사진=홍연 기자)
초역세권인데 도보 15분…동별 시세차 1.5억
헬리오시티에서 15억대 거래가 나온 게 사실이고, 이것이 둔촌주공을 비롯해 전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좀 달랐습니다. 헬리오시티에서 나온 국평 15억원대 거래는 작년 12월에 1건, 올해 2건입니다. 작년 9월 13억8000만원 거래기록이 있는데 직거래인 것도 그렇고 특수거래로 의심됩니다. 물론 거래 사실을 신고한 날짜에 따라 나중에 더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최저가격은 1월4일 15억3000만원(1층)이고 15억대 거래는 3건이 전부입니다.
실거래 건수는 12월에 12건, 1월은 현재 14일 거래까지 나오는데 총 12건입니다. 1월의 국평 거래는 7건이며, 15억대 거래 2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16억3000만원부터 18억원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사람들은 언론에 보도된 15억대 실거래를 보고 헬리오시티를 찾아오는데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는 얘깁니다. 1월말 찾은 헬리오시티에서는 15억대는커녕 16억원대 매물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호가는 이미 18억원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일부 17억원대 중반의 매물이 있긴 한데 각각 어느 동에서 나온 매물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헬리오시티는 정문에서 단지의 끝까지 걷는 데만 15분이 걸리는 거대단지입니다. 분명 지하철 8호선 송파역 3번, 4번 출구 바로 앞 초역세권 아파트인데 단지 끝에 있는 동들은 역세권이라고 하기에 애매하죠. 그래서 정문 근처 4단지, 5단지 동들과 정문에서 거리가 먼 서쪽 1단지동들은 1억~1억5000만원 정도 시세 차이가 벌어집니다. 가락시장과 인접한 동들도 여름철 냄새 등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군요.
또 동간거리가 좁다고 했죠? 그나마 앞이 트인 곳이 단지를 가로지르는 중앙로에 남향으로 배치된 동들이에요. 이곳에서 나오는 매물은 그 뒤편의 동들보다 시세가 비쌉니다. 또 같은 국평이라도 타입이 13개나 됩니다. 판상형과 타워형으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아요. 당연히 타입별 호불호가 있고 시세에 반영됩니다.
그러니 17억원, 16억원, 15억원의 실거래가 차례로 나왔더라도 이게 시세 하락이 아니라 적정한 시세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즉 어느 동에서 나온 거래인지를 알아야 ‘시세 하락’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죠.
헬리오시티는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답게 단지 안에만 7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죠. 경쟁률이 높은 편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세입자가 18억에 매입 “느긋해진 분위기”
지난 몇 달간 헬리오시티의 시세가 하락한 것은 전체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받은 결과겠지만, 둔촌주공에 대한 실망과 우려는 상대적으로 헬리오시티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15억원대 매매 3건으로 인해 헬리오시티를 찾는 방문객도 증가했어요. 하지만 15억원대 매물은 없고 16억원대 급매물은 전부 거래되거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사라졌습니다. 현재 국평 매물들 호가는 대부분 18억원에 형성돼 있고, 일부 뒷동들과 정문에서 먼 동들의 매물이 17억원대 중반에 나와 있습니다.
최근엔 18억원대 매물이 체결돼 시세 반등의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17억원대와 18억원 매물을 사는 사람들은 이곳에 거주하던 세입자들이라는군요. 살아 보니 어느 동 몇 층은 그 가격을 줄 만하다고 생각해서 산다는 겁니다.
그나마 5132세대나 되는 국평 중에 중개업소에 올라와 있는 매물은 20여개에 불과합니다. 어느 중개업소 직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들 느긋해진 것 같다”는군요.
‘15억 실거래’를 기회 삼아 상급지 갈아타기를 노리고 온 외지인들은 급매물이 나오면 전화 달라고 대기자 명단에 연락처를 남겨둡니다. 한 중개업소에서는 “16억대 초반 나오면 연락달라는 대기자만 20명이 넘는다”며 웃더군요.
대기자는 16억 매물을 찾고 호가는 18억원에 근접했으니 한동안은 또 눈치 보기가 진행되겠죠. 3~4월쯤이면 재산세, 종부세 회피 매물이 나오면서 호가를 끌어내리게 될까요? 지금 같아선 당분간 다시 16억원대 매물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엔 전체 부동산 시장을 따라가게 되겠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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