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던 세입자들의 선택이 바뀌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금리 상승으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주거 안정성이 조금 더 나은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넘어가는 세입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10월 전체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83%로 전세 비중 48.17%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6개월 연속 월세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월세 거래가 더 많았으며, 지난해 10월은 물론 5년 평균치보다도 크게 증가한 결과였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매매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전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에 세입자로 들어온 경우 시세가 조금만 하락해도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의 80%를 넘을 경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두 번째는 금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적어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뒤바뀌었다. 시중은행들의 전세대출 금리가 5%를 넘나드는 상황이 되면서 차라리 월세가 싸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이 판매 중인 전세대출 중에는 대출이율이 연 5%를 초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리가 5%를 넘어가면 대출이자보다는 월세가 나은 경우가 많아진다.
실제로 전세보증금이 5억원인 경기도 A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 집의 전세보증금을 지불하기 위해 자기자본 2억원에 추가로 3억원을 연 5%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대출이자로 매달 125만원, 연간 1500만원을 내야 한다. 현재 이 아파트에서 나온 전용면적 84㎡형의 월세 호가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20만원이다.
그나마 이 정도면 차이가 크지 않다. 서울의 B 아파트 전용면적 59㎡형의 전세 호가는 4억7000만원이다. 이 전셋집을 2억원 종잣돈에 연 5% 대출로 받은 2억7000만원을 보태 계약하면 월 이자는 112만5000원이 된다. 그런데 현재 동일 평형이 보증금 2억원에 월 80만으로 세입자를 구하는 중이다. 둘의 차이는 연간 390만원에 달한다.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 차이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전세와 월세로 사는 무주택 세입자는 모두 연말정산에서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각기 주어지는 공제의 종류가 다르고 실제 환급액도 차이 난다.
월세는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기준시가 3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한해 연간 750만원 한도에서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올해 공제율이 상향 조정돼 연간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경우엔 15%, 5500만원을 넘어서는 경우엔 12%를 공제받을 수 있다. 만약 월 60만원의 월세를 냈다면 1년치인 720만원의 15%, 즉 108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전세대출의 경우엔 소득공제라서 과세표준 구간에 따른 공제율이 적용된다. 소득공제 한도는 연 400만원. 단 실제로 갚은 금액이 기준이다. 전세대출은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은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연간 납입한 이자가 공제 대상이다.
만약 1억원을 연 5%로 대출받았다면 연간 500만원의 이자를 냈겠지만 실제 공제는 400만원까지 가능하다.
총급여가 4600만원 이하라면 15%가 적용돼 60만원을 환급받을 것이고 그보다 급여가 많아 24% 세율이 적용된다면 96만원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월세 세액공제 금액보다는 적다.
또한 전세자금대출 공제한도는 주택청약저축 납입금과 합산된다는 점도 아쉽다. 현재 주택청약저축에 매달 10만원씩 납입 중이라면 전세대출이자 공제한도는 400만원에서 120만원을 제한 28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무주택자 대부분은 주택청약저축에 가입했을 테니 이것도 월세가 유리한 셈이다.
이밖에도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이라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월세 특별지원사업도 노려볼 수 있다. 소득과 재산 등 조건에 해당할 경우 매월 최대 20만원까지 1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세와 월세의 역전은 대출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지방은 전월세 전환율이 5%를 넘는 곳이 많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5%를 넘기가 쉽지 않은 영향이 크다.
같은 세입자라도 주거 안정성에서는 전세가 좋기에 월세 세입자도 전세를 꿈꾸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식을 벗어나 비용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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