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수주 조선업계, 과제는 친환경·스마트·인력난
한국이 고부가 LNG선으로 9월 선박 수주량 1위
일본·유럽, 무탄소 선박 시장 주도권 싸움 본격화
조선3사 친환경·스마트십 연구개발 ‘성과’
‘호황기의 반토막’ 인력난에 정부·기업 비상
2022-11-07 06:00:00 2022-11-07 0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무탄소 시장 선점과 인력난 해결 등 초격차 유지를 위한 과제도 한가득 쌓여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는 고부가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했거나 근접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수주 목표의 126.5%, 대우조선해양(042660) 111%, 삼성중공업(010140)이 84%를 채웠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9월 세계 선박 발주량을 봐도 전체 217만CGT(표준화물환산톤수·56척) 가운데 한국이 123만CGT(22척·61%)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27척을 수주했지만 55만CGT로 25%를 차지했다. 어려운 공정으로 만든 선박일수록 CGT가 높다. 한국 수주 선박이 중국보다 적어도 CGT가 배 이상 높은 이유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하지만 중국은 후동중화와 장난조선, 대련조선 등 대형 LNG 운반선 분야 신규 투자를 확대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친환경선박 점유율은 지난 2020년 62%와 22% 였지만 올해 1월~9월 58%와 36%로 좁아졌다.
 
대형 LNG 운반선 수주 비중도 2019년 96%와 4%에서 올해 1월~9월 77%와 23%로 차이가 줄었다.
 
다만 조선업계에서는 중국산 LNG선 수요가 자국 중심이고 외국 수요 대부분이 한국 조선소를 선택해 큰 영향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짜 문제는 미래 먹거리다. LNG선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 시대 선박으로 평가된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는  이 때문에 조선업계는 수소와 암모니아, 메탄올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온실가스(GHG) 배출을 2008년의 50%로 줄이기 위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선주는 화물 1톤(t)을 1해리 운송할 때 배출되는 CO₂ 양을 2019년 기준으로 2020년~2023년 총 5%, 2024년~2026년 매년 2%씩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효율 등급지수(EEDI·EEXI)와 탄소 집약도(CII) 기준에 따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규제를 충족 못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 제한과 에너지 절감 장치 설치 또는 저탄소 연료 추진 선박으로 개조 등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물리적인 탄소 배출 저감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무탄소 선박이라는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한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은 스마트 친환경 운송 프로젝트에 6억6400만유로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2월 세계 최초 액화수소 운반선 해상운송 실증에 성공했다.
 
한국 정부는 암모니아·전기추진선 기술 개발 일정 점검과 구체화를 위한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2031년까지 친환경 선박 전주기 혁신기술개발과 실증을 하는데, 암모니아 기술에 483억원, 전기추진 개발에 1270억원을 쓴다. 액화수소 탱크 소재와 시스템 설계기술 개발에도 각 200억원과 90억원을 투입한다. 자율운항 선박과 스마트 야드 기술개발·보급도 추진한다.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NG-16000X 조감도. (사진=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 3사도 친환경·스마트십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옥포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풍력발전기설치선(WTIV)에 독자 개발 스마트십 시스템(DS4)을 추가해 선주에게 제안하는 공급 계약을 맺었다. DS4 자율운항 시스템은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선박의 경제 운항과 안전 운항을 지원한다. 선박 내 주요 장비 운전 빅데이터를 육상에서 실시간 수집하고 모니터링해 합리적 운용 방안을 제시한다.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조선·해운업 분야에서 핵심 화두로 꼽히는 최첨단 친환경·스마트 선박 기술을 해양플랜트 분야에 최초로 접목한 사례“라며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기술 협력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9월 노르웨이선급 DNV와 업무협약을 맺고 풍력 보조 추진장치(로터 세일 시스템)과 연료 절감 장치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스마트 출력 제한 시스템 SSPL(Samsung Smart Power Limitation) 상품화에 나섰다. SSPL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메인 엔진이나 엔진 축으로부터 엔진 출력을 계측해,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관리하는 솔루션이다. 선박 에너지 효율 평가에 따른 엔진 출력 제한 설정, 데이터 자동기록·저장과 육상 전송, 선급 검사에 필요한 기술 리포트 생성 등을 서비스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는 최근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NeuBoat)‘를 선보였다. 2023년부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를 본격화한다. 지난 6월에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기술로 대형 선박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SK해운과 장금상선으로부터 대형선박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수주해 세계 최초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반면 현장에선 배 만들 사람이 없어 ’호황 속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수는 업계 호황이던 2014년 20만3441명이었지만 올해 7월 기준 9만2394명으로 반토막 났다. 설계 연구 인력이 6645명, 생산 인력은 9만8003명 줄었다.
 
조선협회는 향후 5년간 국내 건조량을 볼 때 2027년 13만5000명이 필요해 4만3000명이 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설계인력과 생산 인력은 2021년 대비 각각 4000명과 3만7000명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에선 힘들고 위험한 노동에 비해 적은 수입으로 젊은 신규 인력 유입이 줄고 기존 숙련 인력은 분야를 바꿔 떠나거나 고령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정부가 특별 연장 근로 확대와 외국 인력 도입 제도 개선, 현장 맞춤형 교육 과정 개발, 2023년 초 원·하청 상생 협력 실천 협약 체결 등을 발표했다.
 
조선사에서도 인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서울대학교는 2022년 서울대 대학원 스마트 오션 모빌리티 과정을 개강했다. 과정 이수 학생 전원에게 등록금 상당 장학금이 지급된다. 현대중공업 입사 지원 시 가산점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다른 회사들도 사내 기술교육원 등을 통해 꾸준히 생산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유입인력이 감소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기에 비해서는 (기술교육원) 절대적인 지원자 수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조선업이) 다른 직종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난이도도 높고 수도권 기준으로 볼 때, (조선소가) 바다를 끼고 있어 거리가 먼데 위험도도 있다보니 인기가 점점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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