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요즘엔 나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주식투자로 300억원대 자산을 일군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 필명 ‘남산주성’도 지금 같은 약세장에서는 남들과 똑같이 손실을 안고 있으며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과거 경험했던 약세장에서도 지금처럼 힘들었지만 중심을 잡고 버틴 끝에 여기까지 왔다며, 지금 투자자들이 할 일은 본인의 보유종목이 과연 버틸 수 있는 주식인지 재평가하고 리밸런싱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태석 씨는 지난 15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현재 자신의 주식계좌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라고 말했다.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사진 오른쪽)는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과거에 경험했던 위기상황과 약세장에서 투자자들이 해야 할 것 등에 대해 말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 대표는 1999년에 주식투자를 시작해 IT버블, 카드채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대형 위기를 여러 번 경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슬기롭게 지나온 것 같은데 사실 그때마다 지금과 똑같이 힘들었다”며 자신도 이런 시기엔 그저 버틸 뿐 특별한 투자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강세장, 약세장 가릴 것 없이 평균 90% 이상의 주식비중을 유지하는 투자자여서 주가가 하락하면 피해도 큰 편이다. 실제로 올해 초만 해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는데 지난 한두 달 사이 손실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주식을 늘려 현재 비중은 거의 100%에 다다른 상태다.
그는 지난해 시장이 고점일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 없이 주식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그때도 제 종목들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때도 쌌는데 지금은 더 싸진 것”이라고 구분했다. 결과적으론 그로 인해 성과가 안 좋아진 데 대해서는 “공부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안 나온 건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한달 사이 언론이 ‘경기침체’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데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신문방송, SNS를 보면 두 달 전과 지금이 너무 다른데 진짜 세상이 변했나?” 물은 뒤 “전문가들의 경제전망을 참고는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래서 이 종목이 싼가, 실적이 괜찮게 나올까’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 표현을 빌리면 지금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모르겠다”는 종목들이 많은 시기다. 그래서 시장이 바닥을 찍을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자들도 많다.
하지만 김 대표는 “바닥을 기다리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데 문제는 지금이 어디쯤인지를 모르는 것”이라며 “스스로 무릎이라고 생각되면 사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매수 후 보유하는 투자는 버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는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배당이라고 조언했다.
“주가가 많이 하락해서 배당수익률이 10% 나오는 종목들도 있더라. ‘이런 종목 3년만 들고 있으면 주가 30% 하락한 것 정도는 복구할 수 있겠지’하는 마음가짐으로 버틸 수 있다.”
다른 종목을 곁눈질 하는 투자자에게는 “마이너스 종목들 싹 갈아치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겠지만 실제로는 곁눈질하는 종목들보다 갖고 있는 종목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심플하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선호하는 유형의 주식이 있으면 버텀업(bottom-up) 투자를 해도 업종 또는 섹터에 쏠림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런 경우 의도적으로 분산해서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큰 실패를 복구하는 기간이 짧았던 것도 분산투자 덕분이라고.
그는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이 지금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조언을 남겼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단순하다. 현금이 없다면 보유종목 안에서 리밸런싱 하는 것이다. 반대로 지금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괴롭다는 이유로 주식을 내다 파는 것이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바닥에서 다시 사야지 생각하겠지만 조금 반등했을 때는 다시 떨어질까 무서워서 못 사고 진짜 오를 때는 금세 올라버려 실제로는 저가에 산다는 게 무척 어렵다. 그러니 버텨라. 단 버틸 만한 종목을 들고 버텨야 한다. 나도 그렇고 모두가 힘든 시기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가 훗날의 성과를 바꿀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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