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삼성전자가 모처럼 반등했다. 좋은 실적을 올리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주가는 하루 뒤에야 반응했다. 주력사업인 반도체 전망이 긍정적인데다 주가도 저렴해 하반기를 기대하며 모으기에 좋아 보인다.
지난 28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 급증한 77조7800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론 역대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 또한 50.5% 증가한 14조1200억원을 기록, 초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출하가 예상치를 넘어선 덕분에 매출이 크게 늘었고 환율이 도와주면서 영업이익이 불어나는 데 보탬이 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원달러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3000억원 정도 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렇다 할 게 없다. 디스플레이, 모바일(MX)·네트워크, 가전, 하만 등 눈에 띄는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을 보여준 곳은 없다. 즉 반도체 홀로 삼성전자를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분기에도 전망은 좋은 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 실적 속보에서 1분기 메모리는 서버용, PC용 수요에 적극 대응해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했으며 가격 하락도 예상보다 완만했다고 평가하고, 2분기에도 서버 중심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2분기엔 D램 출하가 15% 증가하고 낸드(NAND) 출하량도 10% 가깝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업계는 대부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6월부터 D램 고정거래선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1분기를 바닥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메모리 업체들의 시설투자 규모와 일정, DDR5 판매 확대와 서버 교체주기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익 전망치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의 이익증가폭이 나머지를 상쇄할 것이라며 2분기 15.5조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유안타증권은 15.4조원이다. DB금융투자는 2분기 소폭 감소한 14조1000억원을 예상했지만 연간으론 63조5000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전망치는 14.5조원이다.
2분기 실적 전망과 함께 눈여겨 볼 부분은 파운드리 3나노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파운드리 사업부문에서 상반기 중에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파운드리의 강자 TSMC가 올해 하반기 양산을 예정하고 있는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이보다 한발 앞설 수 있다면 파운드리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호재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4나노 공정에서도 수율 문제로 고전한 이력이 있어 실현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나노공정은 숫자가 작아질수록 칩의 면적은 감소하고 성능과 배터리 효율은 개선된다. 다만 초미세공정의 난이도가 높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나노 성공을 반영하지 않아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18년 이후 4년만에 10배 아래로 내려왔다.
삼성전자는 2018년 사상 최대 규모인 58.8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후 이듬해 27.7조원으로 크게 꺾였다가 2020년 35.9조원으로 증가했다. 주가는 반대로 2018년에 조정을 받은 후에 이익이 급감한 2019년에 천천히 반등하며 상승을 준비했고 2020년에 폭발했다. 지난해에도 최고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최고 실적을 낼 때 다음해를 걱정해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막상 실적이 꺾이는 해엔 고개를 드는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올해는 출발부터 좋다. 증권사들의 전망에 따르면 작년 실적을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도 주가는 6만원대 중반으로 내려앉아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했다.
원달러 환율이 1270원을 넘어서며 1300원에 다가선 것이 오히려 원화 저평가를 부각시킨 것도 긍정적이다. 개별종목으로서 삼성전자보다는 원화 투자의 한 가지로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외국인도 많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한 달 이상 연일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29일 모처럼 순매수를 기록한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나 기관이 강하게 끌 때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처럼 큰 종목이 테마주처럼 단기간에 급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상승 반전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배당금을 받으며 기다리는 마음가짐이면 부담이 적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분기마다 주당 361원을 배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6만7400원, 연간 배당금 1444원 대비 배당수익률은 2.14%다. 5만9300원인 우선주를 매수한다면 배당수익률을 2.43%까지 높일 수 있다. 우선주로 투자하다가 주가 상승세를 확인한 후 보통주로 교체하는 전략도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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