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기차 출고가 최대 1년 이상 늦어지자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데다 하이브리드차(HEV)와 달리 전기모터만으로도 어느 정도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PHEV 판매량은 1만9701대로 전년 대비 88.2% 증가했다. 지난 2018년 처음 수입돼 3514대가 판매된 이후 역대 최대치다. 올해도 1월 948대, 2월 1257대, 3월 1936대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 PHEV 판매량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PHEV는 HEV처럼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동시에 쓰지만, 배터리를 충전할 땐 전기차처럼 콘센트를 꽂아야 한다. 대부분 40㎞까지 전기모터로 달릴 수 있고, 그 이후엔 내연기관 엔진으로 주행한다. HEV보다 더 높은 속도까지 전기모터로 주행할 수 있다.
또 충전과 주유를 병행할 있어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기에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 선택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짧은 출퇴근 시 가솔린 연료를 거의 소비하지 않아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 수입 PHEV 시장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BMW는 9095대를 팔아 수입 PHEV 시장 1위를 기록했고, 메르세데스-벤츠(7571대), 볼보(1799대)가 뒤를 이었다.
수입 PHEV의 전기 모드 주행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볼보는 이날 신형 XC90, S90, XC6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배터리 용량을 기존 11.6kWh에서 18.8kWh로 늘려 한 번 충전 시 기존 모델보다 약 80%가 향상된 최대 53㎞~57㎞까지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
렉서스는 다음 달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NX PHEV를 출시한다. 전기 모드 주행거리는 57㎞에 달한다. 5세대 레인지로버 PHEV도 내년 국내에 출시된다. 전기 모드로만 100㎞(유럽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서울시 승용차 소유주의 일 평균 주행거리 29.2㎞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대부분의 일상 영역을 주유소 방문 없이 순수 전기 모드로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볼보 신형 S9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국내 PHEV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수입차가 장악한 상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쏘나타·아이오닉·K5·니로의 PHEV 모델을 출시했지만 지난해 니로를 끝으로 모두 단종됐다. 투싼·싼타페·쏘렌토 PHEV 모델은 국외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이 전기차 중심인 데다 지난해부터는 PHEV에 지급하던 보조금 500만원도 끊겨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PHEV는 대부분 8000만원 이상의 고가여서 비슷한 수준의 전기차 역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며 "아직 수입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PHEV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향후 전기차와 PHEV만 출시하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은 최대 6700유로(약 890만원), 프랑스 6000유로, 영국 1500파운드(240만원) 등 PHEV 보조금을 지급하며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도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전기차 전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PHEV 등 하이브리드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기차만이 탄소중립의 절대적 방안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노경완 한국에너지공단 자동차연비센터장은 "전기차는 효율을 보다 높여야 하고, 하이브리드차와 보조를 맞춰가며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며 "또 하이브리드차는 아직 내연기관차 부품 생산에만 머물러있는 대다수 국내 중소 부품업체를 전기차 부품 생산으로 전환하게끔 유도할 수 있는 훌륭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보다 친환경적이냐는 논란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 총 11톤 중 5.3톤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연비 개선을 통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지 않고 배터리 용량만을 늘려서 주행거리를 높여 왔다. 전기 생산도 우리나라는 석탄이 41.4%, 원자력 25.9%를 점유하고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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