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보다 더 떨어진 엔…엔저 수혜주 빛 볼까
마이너스금리·당국 개입 안해…부품수입 기계업종 관심
2022-04-04 02:30:00 2022-04-04 02: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원화보다 낙폭이 커 상대적인 엔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사흘간 조정을 마치고 다시 상승해 122엔대로 올라섰다. 엔화는 지난달 28일 1달러당 123.54엔까지 급등한 후 121엔대까지 소폭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123엔을 돌파한 것은 6년7개월 만의 일이다. 3월1일까지만 해도 엔달러는 114.89엔이었으나 갑자기 상승폭이 커지면서 120엔을 돌파했다. 고점까지 상승률은 약 7%다. 원달러환율의 변동성에 비하면 대단한 상승폭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오랫동안 스위스프랑과 함께 안전한 통화로 평가받던 엔화가 이렇게 움직이는 일은 흔치 않아 시장 참여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번 엔환율 상승은 한국의 원화가 상승했던 것과 같은 배경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으로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달러 유출 우려가 확대된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고 한국도 그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미국 금리 상승으로 엔저가 진행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융완화 기조가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엔환율이 상승할 경우 일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일본 정부로서도 굳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 총재는 엔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를 매입하는 등 시장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면서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리 차는 벌어지고 당국이 나설 가능성은 적어 엔화의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2년과 2014년 당시의 엔화 약세폭을 감안할 경우 올해 엔달러 환율은 135~140엔까지도 가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일본에서 엔화가치가 하락한다고 해서 한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달러화 대비 가치 하락이고 원달러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1200원 선을 돌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월 이후 엔화가치가 원화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 대비 상대가치로 계산하는 원엔 환율은 1000원 밑으로 하락했다. 100엔에 990원 정도다. 2017년 12월에 950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고 2015년 5월엔 900원 부근이었다.
 
이에 일본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상승했지만 일본 내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수혜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이른바 엔저 수혜다. 
 
일본에서 원재료와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주로 기계업종에 몰려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화천기공, 한국정밀기계, 엘엔에프, 넥스턴, 삼익THK 등 공작기계와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위아도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있으나 아직은 엔환율에 영향을 받는다.  
 
엔화자산이나 부채가 많은 기업도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도움이 된다. 엔저 국면에서 자산평가이익이 늘거나 이자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롯데쇼핑, 롯데제과, 한국가스공사 등이다.  
 
과거 일본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해 시멘트 생산 연료로 썼던 시멘트 업체들의 경우 국내에서 조달하는 물량을 늘리면서 수입은 거의 중단해 엔저 수혜는 미미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고타이어 수입 규모는 2017년 1만톤에서 지난해 5790톤으로 크게 감소했다.  
 
대표적인 엔저 수혜주로 분류되는 여행, 항공업은 이번엔 엔저 수혜에서 거리가 멀어 보인다. 원화 대비 엔화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 관광객이 크게 증가해 실적이 개선됐으나 코로나19로 멈췄던 일본 여행이 정상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에겐 엔저 국면이 장기화될 것인지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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