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큰 산 넘었지만
현금부족 여전해…결국 3사 합병? 대규모 증자?
2022-03-14 02:00:00 2022-03-14 09:26:11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셀트리온 삼형제가 분식회계 혐의를 벗었다. 상장폐지 리스크를 털어내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현금흐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주가 전망은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에 대해 담당임원 해임권고와 감사인 지정조치를 의결했다. 또한 이들 3사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삼일·삼정·한영·안진·삼영·리안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들에 대해서도 감사업무 제한 등을 의결했다.
 
셀트리온은 2018년 금융감독원이 회계감리를 벌인 끝에 고의로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증선위에 회부됐다. 셀트리온은 자사가 제조한 의약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에 납품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은 이 의약품을 해외에 설립한 법인 등을 통해 현지에 판매하는 사업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해외법인에 대량으로 쌓인 재고를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재고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제값을 다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자산평가 시 충담금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축소했던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고의로 판단해 증선위에 넘겼던 것이다.   
 
이로써 장장 4년을 끌었던 셀트리온그룹의 분식회계 혐의는 ‘중대한 과실’로 마무리됐다. 
 
각종 처벌이 이뤄졌음에도 셀트리온 삼형제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증선위가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로 결론 낸 것이 아니어서 임직원 검찰고발·통보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올라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동안 주식 거래는 정지됐을 것이다. 셀트리온이 증권위 결정에 큰 반발 없이 “금융당국의 결정을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입장문에도 최악은 피했다는 시각이 녹아있다.
 
증선위는 고의성 없는 중과실로 결론을 냈지만 그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주주들은 가장 큰 악재를 털어냈다며 증선위의 발표에 환호했다. 오랫동안 셀트리온 주식을 보유 중이라는 A씨는 “그동안 셀트리온의 주가를 짓눌렀던 공매도 세력이 근거로 삼았던 분식회계 의혹이 해소됐으니까 이제 주가도 오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작 중과실로 결론 날 사안을 3년 동안 10회 이상 회의를 열어 논의하고도 계속 미뤘다는 사실을 비판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셀트리온에 대한 금감원 감리부터 증선위 발표까지는 4년이 걸렸다. 분식회계 판단을 두고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오랜 논의 끝에 중과실로 판단한 것이 어색해 보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B씨는 “셀트리온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가 대형 회계법인들까지 얽혀 있다 보니 회계 문제를 지적하되 최악은 피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엇갈린 의견과는 상관없이 이번 결정이 셀트리온 3사에게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 호재가 주주들의 기대처럼 주가를 크게 올릴 수 있을 힘을 가졌는지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재고자산을 떠안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램시마든 트룩시마든 최종 소비자에게 팔리지 않으면 재고는 남을 수밖에 없어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년째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다. 그 핵심적인 원인이 바로 자산의 감소다. 지난해는 3268억원이 감소했다.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1468억원이었다. 매년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실제로 회사에 쌓이는 현금은 기타금융부채 등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증선위가 부과할 과징금도 내야 한다. 2016년 위반금액만 셀트리온이 13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1600억원, 셀트리온제약 130억원에 달한다. 위반금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되므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낼 돈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다. 
 
게다가 지난 1월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 67만3854주를 매수하는 데 이미 434억원을 썼다.
 
이렇게 계속 현금이 마르면 버티기 어렵다. 셀트리온은 환자 스스로 주사하는 방식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 램시마SC가 잘 팔린다면 숨통이 트일 수도 있으나 이것만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무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대규모 유상증자 또는 셀트리온 3사 합병이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겐 재무구조가 우량한 셀트리온과의 합병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부담을 키우며 셀트리온이 성장했다는 점에서 명분도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합병이 쉽지 않은 이유다. 만약 합병을 진행한다고 해도 반대하는 주주들의 매수청구권이 대량으로 행사되면 큰 부담이다. 
 
분식회계 악재를 털어냈다는 이유로 단기간에 주가가 오른다고 해도 무작정 따라서 매수할 것이 아니라 본업을 추적 관찰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분식회계)불확실성 해소 이후 펀더멘털이 추세적 반등을 결정할 전망”이라며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출시 예정인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미국),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등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올해 성장의 핵심이 될 램시마SC와 기존 품목들의 판매실적이 주가 반등의 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