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식시장에는 경고와 매수 사인이 혼재된 각양각색의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지수 반등 제한에 무게를 두고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반면, 재야고수들은 주가 하락 덕분에 싼 주식이 많아졌다며 적극 매수를 주장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설연휴 직후 발행한 2월 주식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리포트에서 중기 하락추세 속에 나타나는 단기 기술적 반등은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설 연휴 기간 미국 증시가 반등한 것은 낙폭과대 인식 속에 7회 금리인상 우려에 대한 과민반응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개별기업의 호재가 있지만 중국 제조업 PMI나 미국 ISM제조업지수 등은 부진해 기술적 반등 후 2차 하락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월 말의 주가 상승을 낙폭과대에 따라오는 소폭의 기술적 반등으로 본다는 의미다.
대신증권은 이같은 분석에 따라 코스피 2600대에서는 기술적 반등을 감안한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하지만 2800대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사이에서는 급반등하는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소외주 단기매매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신한금융투자도 2월을 전망하는 보고서에서 코스피 밴드를 2500~2800 선으로 제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하나금융투자도 연휴기간의 미국 주가 상승을 다소 과격했던 가격조정에 대한 기술적 반등으로 풀이하고 오버슈팅된 미국채 2년물 금리와 국제유가 안정화 여부를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비하면 재야고수들은 훨씬 적극적이다. 이들은 코스피가 2700대 초반으로 추락한 1월25일 전후로 매수 의견을 적극 내기 시작했다. 시장의 급락으로 매력적인 주가에 들어선 종목이 많아졌다는 공통된 시각에 따른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전체 경제와 증시의 저평가를 우선시하는 탑다운(top-down) 투자자와 개별기업의 저평가 여부에 집중하는 버텀업(bottom-up) 투자자 다수가 ‘지금이 살 때’라고 함께 주장한다는 점이다.
탑다운 투자자 A씨는 “코스피 2700은 올해 예상 주가순자산비율(forward PBR)로 0.9배 초 수준”이라며 “한국 주식시장의 역사적 평균 PBR은 1.1배로 0.9배일 때 매수해서 1년간 큰 손실을 본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원달러환율이 1200원을 터치한 사실도 의미있게 평가했다.
버텀업 투자를 주로 하는 B씨는 “우리가 고민할 것은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이지 바닥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많이 보일 때 주가가 빠진다는 이유로 기회를 위기로 바꾸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B씨는 “싼 종목이 많이 보일 때가 주식 사기 딱 좋을 때”라며 “현금이 없다면 교체매매를, 그도 자신 없으면 (주식을 팔지 말고)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덧붙였다.
투자자 C씨는 “내가 신이 아닌데 주가가 언제 오를지 어떻게 알겠느냐”면서 “나는 그저 주가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을 반복할 뿐이고 지금은 싼 종목이 많이 보이는 시기”라고 말했다.
온도차가 있어 보이는 증권업계와 재야고수들의 의견도, 낙폭과대 성장주보다 실적 좋은 저평가 종목을 선호한다는 부분에서는 하나로 모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이하 구간에서의 투자가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며 저PER, 저마진변동성, 이익추정치 상향 종목 위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마진 하향 우려가 적은 필수소비재, 통신, 건설, IT가전, 소프트웨어, 기계, 방산, 유틸리티, 이익추정치가 상향되는 IT, 산업재, 금융 등을 꼽았다.
대신증권은 밸류와 퀄리티, 이익과 주가 모멘텀에서 매력 있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IT가전, 자동차, 유통업 위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 들어 지난 1월27일까지 미국 S&P500지수는 9.2 하락하는 사이에도 S&P500 가치주들이 선전한 점에 주목했다. 또한 가치주 중에서도 이익추정치 상향조정 기업들의 주가는 올랐고 하향된 종목들은 2.6% 하락하는 데 그쳤다며 올해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상승하고, 영업이익보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높고, 잉여현금흐름(FCF)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IT하드웨어, 운송, 에너지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수들이 주목하는 종목은 투자 스타일에 따라 크게 갈린다. 탑다운 투자자 A씨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한 사실을 밝혔으며, B씨는 음식료와 조선업에 속한 종목을, C씨는 건설·건자재와 철강, 제지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