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021년 자산시장은 기저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받은 경제가 올해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회복하는 과정에서 각종 성장률, 증가율 등이 높게 나타나는 기저효과로 다양한 종류의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기저효과와 유동성 부스터가 사라지는 2022년엔 올해 같은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다수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4%대 후반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의 전망치는 3.9%로 시각차가 크다.
경제연구기관들의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미국은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우리 경제는 수출 성장세가 한풀 꺾이며 2%대 성장률로 회귀할 것이라는 공통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8%대에서 내년엔 5%대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리 경제에는 부정적이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여부와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예상보다 앞당겨 조기 종료하고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예고된 이벤트가 우리 경제엔 큰 부담요인이다. 자본시장연구원(KCMI)은 한국은행도 2~3회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키워 소비여력이 감소하게 된다. 특히 금리 상승이 부동산 시세 하락과 맞물릴 경우엔 지난 몇 년 사이 ‘영끌’해서 내 집을 장만한 가계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우엔 고정비가 상승해 마진이 감소하게 된다. 매출이 크게 늘지 않으면 이익이 줄어들 것이다. 유동성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주요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훼손되면 주가 조정폭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금리가 올라도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금리보다 더 높아 ‘성장률>물가>금리’ 상황이 되면 투자하기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겠지만, 만약 물가가 성장률을 앞지르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저성장), 금리가 성장률보다 높으면 부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변화가 주가에 부정적이었다는 사실도 꺼림칙하다. 과거 연준이 통화정책을 바꿨을 때 코스피는 고점 대비 11%, S&P500은 9% 정도 하락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성장률 예상치가 우리보다 높다 보니 주식 등 자산시장 전망도 미국 쪽이 더 긍정적이다. 다만 미국을 필두로 유동성 축소를 시작한 마당에 돈의 힘에 기대어 주가가 오르길 바랄 수는 없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이제부터 주가는 기업들의 이익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달린 셈이다. 내년 한국 기업들의 이익성장 기대감이 미국 기업들에 뒤지는 현실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꾸준히 상향조정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내년 이익전망치를 반영해 미국 S&P500지수가 10% 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코스피 순이익도 9% 증가해 사상 최고치(184조원 예상)를 경신하겠지만 하반기엔 하향 전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상고하저’ 전망은 우리 증시가 미국의 테이퍼링 종료, 금리 인상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2022년 가장 유망한 자산은 주식으로 의견이 모인다. 전체가 부진해도 좋아지는 나라와 업종과 섹터는 있기 마련이다.
미국 주식은 대체로 긍정적이겠지만 그중에서도 운송, 에너지, 자동차, 자본재 등에 속한 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애를 먹느라 역성장한 자동차의 경우 내년 EPS 증가율 20%로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주식은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을 호재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제가 하방을 다지는 시기인지라 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가별로는 아세안이 돋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아세안 5개국의 성장률이 올해 4.1%에서 내년 5.2%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중 인도네시아(3.5%→5.0%), 필리핀(4.8%→5.3%), 태국(2.0%→4.0%), 베트남(6.6%→6.8%)은 성장하겠지만 말레이시아는 5.3%에서 5.2%로 소폭 후퇴를 예상했다.
금리 상승기의 채권은 찬밥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채권 발행국가, 장단기, 신용등급을 가릴 것 없이 매력도가 하락 중이다. 그나마 신흥국 달러채권 정도가 눈에 들어오는데 기대수익에 비해 신경 쓸 것도 많아 전체 자산배분에서 안전자산 비중을 유지해주는 역할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의 공급 차질에서 비롯된 가격 급등 현상은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주요국들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져 여기에 필요한 금속 등은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도 올해에 비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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