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배터리 소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관련 사업을 하는 SK·LG·삼성은 물론 포스코·두산 같은 중공업 기업들도 자금을 들여 원료 확보전에 나선 상황이다.
16일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4대 소재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282억달러(한화 약 33조원) 규모에서 2030년 1232억달러(약 145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로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이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도 거세지면서 배터리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소재 시장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에코프로, 엘앤에프 같은 중견기업이 소재 공급을 맡았는데 대기업까지 뛰어드는 추세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일 오전 LG화학 충북 청주 CEM(화학·전자재료) 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SK·삼성, 배터리 이어 소재 '투자 전쟁'
LG·SK·삼성의 경우 기존 배터리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재를 자체 생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배터리 1위 LG는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배터리, LG화학을 통해 소재 사업을 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양극재 생산 능력을 2026년까지 현재의 7배인 26만톤(t)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LG화학은 지난달 유럽 분리막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도레이와도 손을 잡았다. LG화학은 도레이와 헝가리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분리막 생산에 2028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양극재 생산에 나선다. 이를 위해 중국 EVE에너지, BTR과 협력해 현지에 양극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SK그룹 투자형 지주회사인 SK㈜도 양극재 소재 기업 중국 베이징 이스프링과 국내 합작사 설립에 나선다. 두 기업은 2023년까지 합작사를 설립하고 양극재 생산 설비와 신재료 부문 연구 시설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외 계열사들도 소재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동박 생산을 해온 SKC는 해외 생산 시설 확대하고 실리콘 음극재, 하이니켈 양극재 등 다른 소재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첨단소재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도 8500억원을 투자해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삼성의 경우 배터리 사업을 하는 삼성SDI가 소재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20% 수준인 양극재 자체 생산 비중을 2023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에는 포항에 양극재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포스코가 2018년 3100억원에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와 시험 생산 공장. 사진/포스코
'사업 재편' 중공업 기업, 호수·광산 투자까지
친환경 바람으로 사업 구조 재편이 필요한 철강·중공업 기업들도 배터리 소재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배터리 소재 원료 중에서도 리튬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철강 기업인 포스코는 2018년 아르헨티나 소금 호수를 3100억원에 매입했는데, 회사 자체 조사 결과 이 염호에는 1350만톤의 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기차 약 3억7000만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5월에는 전남 광양에 연 생산 4만3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착공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22만톤으로 리튬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리튬과 함께 배터리 주요 원료인 니켈과 흑연 확보를 위해 호주 광산업체들의 지분도 인수했다.
두산중공업도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연간 1500톤 규모의 사용 후 배터리를 처리 할 수 있는 설비 실증을 추진한다. 이후에는 순도 99% 탄산리튬을 생산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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