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그래서 ‘반 스크린’ 시대 맞이할 것인가
2021-11-11 04:00:01 2021-11-11 04:00:01
이 코너를 통해코로나19’ 초기부터 이어진 OTT플랫폼의 국내 시장 안착 실패를 주장해 왔다. OTT플랫폼을 소비 할 국내 시장 특성 때문이었다. 콘텐츠 소비 방식에서 OTT플랫폼이 태동한 미국과 한국은 그 차이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좁은 땅 덩어리에서(서로 간 접근성이 높단 뜻이기도 하다) 함께 모여 어우러지는 교류방식을 즐기는 특성상극장을 대신할내 손안의 극장은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인정한다. 내 예측은 실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방식 변화가 생각보다 빨리 안착됐다. 콘텐츠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징어 게임이란 글로벌 잭팟이 터진 후 세계 최대 OTT플랫폼 넷플릭스는 이미 전 세계 시장 노림수를 한국 시장 중심으로 재편하는 중이다.
 
애플의애플TV+’, 디즈니의디즈니+’도 국내에 상륙했고 또 상륙을 앞두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의 OTT플랫폼 ‘HBO맥스도 최근 한국 시장 진출 준비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OTT플랫폼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남은 시장 영역 장악을 위한 콘텐츠 제작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결과물과도 기묘한 대칭을 이룬다. ‘코로나19’ 이후 스크린 상영 자체가 중단됐던 할리우드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한 편승인지 아니면 사업 방향성에 대한 재편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콘텐츠의 비주얼적 완성도를 투(Two)트랙으로 돌리는 느낌이다. 디즈니가디즈니+’를 통해 공개 라인업으로 발표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작품 라인업 가운데 여러 편이반 스크린최적화로 흘러가고 있다. 처음부터 스크린자체를 배제한 느낌이다.
 
시대에 따른 변화를 거스를 순 없다. 그렇다면 할 일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눈에 뻔히 보이는 실패의 길로 가지 않게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모델도 있다. 언론시장이다. 우리는 언론이 종이에서 방송, 인터넷에서 모바일, 마지막으로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두루 겪었다. 이 변화는 긍정적이기도 했지만 부정적 측면이 너무 강했다. ‘기레기란 단어의 이면엔 언론이 기능적 측면에서 본연의 임무인보도를 상실했단 현실이 자리한다. 거대 포털 사이트의 군림. 대한민국 최대 언론사가녹색 검색창이란 우스갯소리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언론시장은 거대 포털 사이트의 초기 투자와 휘몰아치는 시장 재편 움직임에 중심을 잡을 새도 없이 적응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사명감으로 무장된 주체성 있는 언론은 옛말이다. 대중에 노출되기 위해 포털 사이트 입맛에 맞는 기사를 쏟아내는 문어발식 언론 계열사들만 난립 중이다.
 
콘텐츠 시장은 이미 OTT가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극장은 사실상 부가판권 영역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변화 적응에만 몰두하면 언젠간 주체성을 잃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렇게 되면 국내 콘텐츠 시장은 글로벌 OTT의 공장지대로 전락한다. 그 동안 잘 가꿔온 거대 황금시장이 사라진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는 면밀한 시장분석부터 다시 돌려야 한다. 사실 지금도 늦었을지 모른다. 분위기를 기회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물론 깨닫고 난 뒤는 이미 게임은 끝난 뒤일 것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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