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과 가상자산 접근성이 높은 장점을 앞세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가계대출 중심의 이자 수익에 의존하던 인뱅 업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생길 것으로 주목됩니다. 새 정부 기조에 맞춰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는 가운데 비이자이익과 개인사업자 대출에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돌파구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TF 꾸리고 서비스 개발 착수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디지털자산TF(태스크포스)'를 신설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자산 관련 금융서비스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TF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무역 송금 등 실사용 기반 금융상품을 구상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그동안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 관계를 맺어왔던 만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접근성과 실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에 회원사로 가입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실증연구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협회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
기업은행(024110), Sh수협은행, iM뱅크 등도 참여하고 있어 향후 은행권 전반의 협업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기술검증(PoC) 사업인 ‘팍스 프로젝트’에도 참여를 공식화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일본 간의 은행 시스템을 연동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는 사업입니다.
카카오뱅크(323410)도 스테이블코인 도입 채비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신사업그룹 산하 투자 담당 조직에서 가상자산 분야 관련 시장 동향과 기술, 규제 등을 모니터링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법적·제도적 환경이 갖춰질 경우 신속하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3일에도 카카오뱅크를 의미하는 'KKB'와 원화를 의미하는 'KRW'를 조합해 KKBKRW, KRWKKB, BKRW, KRWB 등 총 1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습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표권을 출원하고 관련 법안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스뱅크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앞서 원화(KRW) 연동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다수 출원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달러(USD)와 관련된 상표까지 등록했습니다. 이는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움직임에 맞춰 선제적 대비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인뱅들이 새 정부 기조에 맞춰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는 가운데 비이자이익과 개인사업자 대출에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돌파구로 삼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국내 인뱅 3사 로고.(그래픽=뉴스토마토)
"기술력 갖춘 인뱅 스테이블코인에 적합"
업계에선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보다 기술 유연성과 금융 안정성을 겸비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관리감독의 수준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어 은행 중심의 구조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고객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기술 대응이 빠른 인터넷은행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대면 금융에 대한 노하우나 편의성,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UI, UX 면에서는 이제 인터넷은행들이 압도적인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어떤 역할을 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언급하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업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은행이 발행 주체가 될 경우 단순히 고객에게 코인을 제공하는 구조는 아닐 것"이라며 "고객이 스테이블코인만큼의 금액을 은행에 맡기게 되면 사실상 수신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해 부가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은행이 발급하고, 핀테크 기업이나 간편결제사들이 활용하는 구조로 협업이 이뤄질 경우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도입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발행 주체, 수탁 구조, 책임 소재 등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고, 고객 자금 보호 장치 마련도 과제입니다. 당국은 이르면 올해 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 인프라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은행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긴 어렵겠지만, 이미 판은 짜이고 있다”며 “기술력과 디지털 채널에서 앞선 인터넷은행들이 선점 효과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이 금융권에서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과 가상자산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을 앞세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선점을 노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 현금 5만원권 위 스테이블코인이 놓인 모습을 인공지능 이미지로 구현한 모습.(사진=챗GPT)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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