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중기대출 늘린다더니…실제론 줄었다
2025-07-29 15:43:58 2025-07-29 18:12:14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얘기해왔지만, 실제로는 제자리를 걷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체율 증가 등 리스크 확대에 따른 결과로 보이지만, 이재명정부가 기업 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의 고민도 커진 모습입니다. 
 
신한·우리은행 중기대출 축소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총 553조8000억원으로 전분기(552조6400억원) 대비 1조16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은 전 분기 대비 2.4%(3조1700억원), KB국민은행은 1.4%(2조2000억원) 증가했습니다. 반면 신한은행은 0.4%(-6300억원), 우리은행은 2.8%(-3조5800억원)씩 각각 줄었습니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규제 완화 요구와 함께 중기 대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이처럼 달랐습니다. 안전한 담보를 확보할 수 있는 가계대출에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한 결과로 보입니다. 특히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한 데 따른 이자 확대로 순이익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방위적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중기대출 확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면서도 "금리 리스크와 경기 불확실성 탓에 위험도가 큰 중기대출 확대에 부담을 느끼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의 수익은 여전히 이자이익이 견인하고 있습니다.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이자이익은 17조4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습니다. 국민은행이 5조204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습니다. 신한은행이 4조4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하며 뒤를 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3조9003억원으로 0.46%, 우리은행은 3조8532억원으로 2.71% 증가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면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 시중은행의 중기대출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오히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기까지 했다. 사진은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통령도 '기업 투자 확대' 주문
 
이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은행권의 이중적 행보에 대해 정치권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금융권에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28일 급하게 금융권과 간담회를 잡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그간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 보증 대출에 의존하고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권 관계자들도 자금이 부동산으로 지나치게 몰리고 있는 점에 공감하며 자금이 생산적 금융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부터는 이자이익 중심의 실적 방어보다 기업금융 확대에 따른 장기적 수익성과 사회적 책임이 더 중요한 경영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하반기 조직 개편에서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거시경제 측면서 기업대출 늘려야"
 
하지만 여전히 안정성과 수익률 중심의 관행을 바꾸지 않는다면 정부가 목표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도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자금을 공급받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대출을 내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생각했을 때 기업대출 중심으로 은행이 자산을 늘려가는 것이 좀 더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더 낫다고 보는 면이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가계대출 비중이 너무 과도해지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BIS(국제결제은행) 통계를 보더라도 가계부채 비중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상위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업 대출 규모를 양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생산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적절한 자금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에게 대출을 내준다면 경제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확산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시중은행은 건전성 관리 등을 이유로 기업대출을 늘리지 않으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여전히 가계대출 위주의 '이자 장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대출 창구에서 은행 직원이 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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