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공모했던 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투자신탁2호(이하 호주2호)가 펀드 설정 4년6개월 만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정부의 부처 개편이 악재로 작용, 보유자산 가치가 하락한 탓에 매각 차익은 얻지 못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일 호주2호가 보유한 자산 매각 결정 및 매매계약 체결 사실을 공시했다. 호주2호는 2017년 2월 펀드를 공모해 호주 캔버라 지역의 ‘50 마커스 클라크(50 Marcus Clarke)’ 오피스 빌딩에 투자,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펀드 설정 당시 펀드 만기는 내년 9월로 예정했었지만, 보유자산을 둘러싼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매각을 앞당긴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맵스호주2호 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호주 캔버라 소재 50 마커스 클라크 빌딩.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호주2호가 보유한 이 오피스 빌딩에는 호주 연방정부의 교육부, 기술부, 고용부가 2025년 5월까지 100% 단일 임차하기로 계약돼 있었다. 하지만 호주정부가 부처를 개편하면서 사용계획 면적이 변경되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2025년 5월 이후의 임대차 공개입찰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임대차 계약 연장을 위해 입찰에는 참여했으나 입찰 일정이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내년 9월로 예정된 펀드 만기를 맞출 수 없게 된 것. 결국 미래에셋은 여러 조건을 종합 검토해 매각시기를 앞당겼다.
문제는 신뢰도 100%의 임차인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험이 자산가치에 반영됐다는 점이다. 호주2호는 지난해 순자산가치를 재평가하면서 시세 상승을 반영해 6월말 기준가를 21%나 높였다. 하지만 1년 만에 이와 같은 임대차 리스크를 반영한 감정평가와 외화주식가치 하락을 반영해 기준가를 다시 20%가량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번 매각금액도 이런 상황이 반영돼 결정됐다. 2017년 당시 자산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자금은 대출 포함 약 3억2100만 호주달러(AUD)다. 이번에 매각한 가격은 3억3500만 AUD. 언뜻 보면 차익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대출이자 및 매각과정에 필요한 각종 보수와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펀드 투자자들에게 돌아오는 수익금은 남는 게 없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매각 절차가 최종 마무리된 후 펀드 투자자들에게 대략 원금 수준으로 돌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에는 매각 종결일(11월30일)까지 발생할 월세(분배금) 수익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펀드 원본에서는 손실이 난 것과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호주2호 공모에 참여했던 초기 투자자들은 그동안 지급받은 분배금 정도만 수익으로 남게 됐다. 호주2호는 매년 30원을 조금 넘는 분배금을 두 차례 지급해 연 6% 수준의 분배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지막 변수도 남아 있다. 호주2호는 환율 변동에 100% 노출돼 있다. 11월말에 계약을 종결하고 잔금을 수령할 텐데, 그 돈을 환전하는 시점의 호주달러 환율에 따라 지금 추정한 금액보다 이익이 늘거나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번 호주 오피스 투자는 신뢰도 높은 외국 정부기관 또는 공공기관이 장기 임차하고 있는 자산이라도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한편, 호주2호는 수익증권 ‘맵스호주2호’로 증시에 상장돼 거래 중이다. 13일 종가는 901원이었으나 자산매각 사실이 알려진 후 14일 거래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만약 원금(1000원) 수준에서 청산된다면 약간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가격대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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