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2일 미국은 상호관세 정책의 실행안을 발표했다. 4월1일 발표하면 만우절 농담으로 받아 들일까봐 하루 미룬 발표라고 한다. 국가별 일반적 관세율을 책정하여 발표한 것이 그 핵심이다(일방적이라고 읽히기도 한다). 그런데 국가별 관세율에 대해 살펴보면 상호관세에서 ‘상호’라는 말의 의미는 관세에 대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국가별 관세율의 책정 방식에 대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당 국가 상호관세율=(해당 국가 대미 수출흑자)÷(해당 국가 대미 무역액) × 1/2’이 적용된 것으로 쉽게 유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호관세율의 의미는 상대국이 부과한 만큼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국과의 무역적자 비율만큼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여기서 상호라는 의미는 관세 수준의 것이 아닌 무역의 수출입 비율의 문제이다. 이 정책이 목표하는 바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즉 미국에서 ‘상품’을 사가는 만큼만 미국 시장에 ‘상품’을 팔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율 책정과 운영 정책은 의미가 없다. 오직 미국 상품의 수입 증가와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감소가 즉각적인 해법이다. 아마 트럼프 행정부는 이것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거나 미국산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도록 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관세는 해당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가격이다. 즉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제 상품 판매가격에 더해 시장 접근에 대한 가격을 더 내야 하는 비용 조건을 갖게 된다. 유통비용을 고려한다면 그 결과는 관세가 부가되는 만큼은 아니지만 결국은 소비자 판매가격이 올라가든지, 해당 시장의 매력도인 평균 마진율이 낮아져 매력도가 낮아지는 것이 장기적인 균형을 만드는 것이 자명하다. 소매가격이 올라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전체 수요, 즉 내수시장이 줄어들 것이다. 매력도가 낮은 시장에 대해서는 대체 시장을 모색하는 것이 생산비용 조건이나 제조 거점을 이전하는 것보다 더 쉬운 것이 분명하다. 결국 미국 시장에 대한 상품 공급이 줄어들어 미국 내수시장이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어느 쪽이 되더라도 미국을 발전시키고 강화해왔던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소매 기업을 포함하여 내수 유통산업이 약화되고, 더 나아가 빅데이터와 AI로 소비자 구매 정보를 생성하여 큰 부가가치를 내던 알파벳, 메타와 같은 IT기업의 기반이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AI의 파워도 지브리풍 프로필 이미지 생성에 그치게 될 수 있다. 결국 그것이 상호관세 정책이 치뤄야 하는 가격이다.
상호관세 정책과는 별개로 개별적인 관세정책의 문제도 있다.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발 소액소포 면세제도의 폐지이다. 유사한 문제로 작년 홍역을 치른 우리나라에도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일견 이러한 조치는 주로 생활용품인 소액 상품에 대해 관세 자체뿐 아니라 관세를 책정하는 데 들어가는 행정 절차인 비관세 장벽을 구축하여 내수시장과 내수 유통 서비스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상품 유통 과정에서 상품의 가격이 생산비용+유통비용+마진으로 결정된다는 가격 결정의 비용주의적 관점에서 본 단견에 기인하는 오류이다. 소위 알테쉬의 가격경쟁력은 알테쉬의 판촉부가능력+제조네트워크의 결집화와 확장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판매가격은 비용에 기준한 것이 아니라 상품이 가지는 시장의 확장 능력에 근거해 책정된다. 상품이 시장에 대한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 당장의 상품별, 상품 카테고리별 수익성과 상관없이 경쟁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결과적으로 시장이 커지면 생산 조건이 그 뒤를 따라서 개선되어 가는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훨씬 더 많은 경우는 시장 확장에 실패해 폐기되기도 한다. 이 경우 손실은 시장 확장에 성공한 상품의 수익으로 상계한다) 문제의 근원은 소매업체가 배송비를 포함하여 해외 거점에서 소매 단위로 판매하는 데 대해 왜 도매 단위로 조달하여 판매 조건을 더 개선할 수 있는 미국의 다이소와 같은 달러 제너럴이나 거의 같은 수준의 구매력을 가진 월마트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당연히 교과서 상에서 보면 현지 소매업체가 이겨야 되는 싸움이다.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온라인으로 팔아서, 중국 업체여서, 관세 때문에가 아니라 생산역량에 대한 조정 역량이 부족해서이다. 매번 싼 상품을 조달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소액 직접 구매에 대한 관세 부과는 시장에서 메기를 들어내는 효과를 주어 소매업체가 경쟁력을 더 강화하고 발전시킬 동기를 약화하게 된다. 결국 경쟁력 개발을 등한시하게 되어 경쟁 열위의 상태가 되게 한다. 당연히 그 대가는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고, 내수시장의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
힘이 있으니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관세(사실은 일방 관세)를 책정한다는 것, 당장 눈앞에 존재감이 커지니까 소액소포 면세제도를 철폐한다는 것과 같은 행동은 말로 선언하는 것이니까 공짜인 것처럼 보인다. 선언하는 사람이나, 때로는 듣는 사람(주로 미국 사람) 입장에서도 시원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냉철하게 돌아오는 인플레이션, 내수시장의 위축, 유통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 약화, 상관없어 보이는 정보통신산업의 위축이라는 가격표가 따라온다. 우리 정치도 종종 직접적 대응으로 보이는 손쉬운 해결책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의 이번 자해적 조치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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