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술 유출 30%가 반도체
유출 27건 중 반도체 9건…30% 달해
미국 등 해외선 처벌 수위 강화 추세
"기술 유출, 국가안보 위협 처벌해야"
2025-07-24 16:19:02 2025-07-24 18:10:04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반도체가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기술 유출 시도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이 해외 기술 유출로 송치한 사건 27건 중 9건, 약 30%가 반도체였을 정도로 반도체에 대한 기술 유출 시도가 늘어나면서 핵심 기술 보호가 기업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출 사례가 늘어나지 않도록 안보산업의 범위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작업자가 기판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는 기술 유출의 최대 피해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전직 삼성전자 기술팀 ㄱ부장이 자사 반도체 기술과 엔지니어를 중국으로 빼돌리려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김성수)는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SK하이닉스도 기술 유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난 5월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패키징 기술을 외부로 유출하려던 40대 김모씨가 중국 출국 직전 공항에서 긴급 체포됐습니다. HBM은 ‘AI 반도체의 심장’으로 불리는 AI 시대 주요 부품으로, 김씨가 유출하려 한 후공정 기술은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을 키워준 핵심 기술이었습니다. 
 
이처럼 기술 유출 시도는 계속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2021년 9건이었던 기술 유출 사건은 지난해 27건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반도체가 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디스플레이 8건 △전기전자 3건 △정보통신 2건 △자동차철도·조선·생명공학·기계·기타 1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도 6월 기준 총 8건의 기술 유출 중 3건이 반도체였습니다. 적발되지 않은 건수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적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기술 유출 시도가 빈번해지자 업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 하나에도 100억원이 넘는 돈이 든다”며 “만드는 회사 입장에선 소중한 자산이다. 그게 외부, 외국으로 유출되는 건 기업을 넘어서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를 포함해 수출 기반이 되는 핵심 산업에서 유출 시도가 빈번한 만큼, 산업 보호를 위한 대응책이 절실하지만 실효적이고 선제적인 대책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모니터링과 감시활동을 강화하겠지만 기술 유출을 하는 쪽도 지능화되고 있다”며 “오히려 유출을 요구하는 쪽에서 주는 인센티브(보상)가 계속 커지는 추세라 유출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유출을 차단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선제적 대응은 어려워도 사후 대책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엄벌을 통해 시도 자체가 줄어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외 역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추세입니다. 대만은 핵심 기술 유출 범죄에 간첩죄를 적용하고, 최대 징역 12년과 1억대만달러(약 46억830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국가전략기술의 해외 유출이 적발될 경우 징역 30년 이상의 중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법적 해석이 확장될 수 있도록 산업 안보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며 “핵심 산업의 범위를 넓혀서, 기술 유출을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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