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기대감으로 최근 국내 건설장비 주가가 큰 폭의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건설기계장비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상승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미국과 중국 현지 업체들의 주가 움직임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31일 주식시장에서 현대건설기계는 이달 들어 계속된 상승을 멈추고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3월에만 46.86% 오르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현대건설기계에 팔린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엔 이보다 늦은 22일부터 본격적인 상승을 시작했으나 30일까지 급등한 덕분에 3월 상승률로는 43%로 비슷했다. 이들과 미국 캐터필러, 디어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진성티이씨는 34%, 디와이파워도 30% 이상 뛰었다.
굴삭기 등 건설기계장비와 그 부품을 만드는 이들의 주가가 동반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공정기계공업협회가 집계한 26개 제조업체의 2월 굴삭기 판매량은 2만8305대로 지난해 2월보다 205%나 증가했다. 이중 중국 내 판매량 증가율이 256%(2만4562대)로 더 높았다. 1월과 2월 누적 판매량은 4만7906대로 149% 증가한 것이다.
연초 굴삭기 판매량 증가율이 높은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한 탓에 발생한 기저효과이지만 2019년과 비교해도 판매량이 많아 경기가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굴삭기 대리점들이이 판매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굴착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력 모델의 공급이 달리자 허페이, 정저우, 상하이 등에서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올해에도 인프라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서 호경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곧 3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발표할 것이라는 뉴스도 호재로 작용했다.
호재가 나오고 주가가 오르자 증권사들도 리포트를 내고 있다. 주 종목은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중국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 1조4671억원을 올리며 6.2% 시장을 차지했다. 2.7%를 점유한 현대건설기계(8089억원)의 2배를 넘는다. 유럽 등에서도 두산이 조금 앞서고 있다. 반면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지역에서는 현대건설기계의 점유율이 더 높다.
하지만 미국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면 이들 대신 진성티이씨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캐터필러와 디어라는 대기업이 버티고 선 시장에서는 이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진성티이씨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현재 진성티이씨가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모든 공장들이 풀가동 중이며 계약상황을 감안하면 상반기까지 전체 생산라인이 휴일 없이 가동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0%, 15% 상향조정됐고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라면 증설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결국 우리 증시에서 관련주들이 오르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 때문인데, 정작 현지 업체들의 주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우선 미국에서는 캐터필러와 디어 등의 주가가 지난해 코로나 폭락 이후 시작돼 지금까지 눈에 띄는 하락구간 없이 계속 오르기만 했다. 캐터필러는 2배 이상, 디어는 3배 넘게 주가가 올랐다.
중국 현지 증권사들의 추천주로 중복해서 등장하는 종목들은 전혀 딴판이다. 미국보다 빠른 2019년 초부터 상승을 시작했다. 삼일중공업은 2019년 거래를 8위안 아래에서 시작해 코로나19 때도 흔들림 없이 상승, 지난 2월10일 47위안을 넘었다. 5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하락세로 반전해 현재 34위안 근처까지 떨어졌다.
유압실린더 등 건설장비에 주로 쓰이는 부품을 만드는 항립유항도 거의 비슷한 흐름이다. 2019년 횡보구간도 있었지만 상승세를 벗어나지 않고 13위안 밑에서 오르기 시작한 주가가 올해 초 130위안을 돌파하며 10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부터 하락 반전해 현재 90위안을 오가고 있다. 고점에서 내려다보면 충분히 조정을 거친 것 같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이렇게 주가가 오른 것만 보면 국내 기업들에 비해 미국과 중국의 관련주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밸류에이션에 비하면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과, 자국의 인프라 투자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은 감안해야 한다.
캐터필러는 지난해 45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86억달러, 84억달러의 영업이익과 61억달러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시가총액이 1271억달러이므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매우 비싼 주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항립유항의 경우 4분기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으나 3분기 누적(영업이익 17.5억위안)만으로도 2019년 연간 실적을 넘어선 상태다. 주가수익비율(PER)은 매우 높지만 다른 해보다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다.
결국 각자 선택의 영역이다. 업종의 가장 핵심에 있는 종목을 고를지 저렴한 종목을 선호하는지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나뉠 것이다. 물론 투자 및 정보의 접근성에서는 국내 종목이 가장 좋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