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소비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미국의 대표 소비업체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개별 이슈로 잠시 부침을 겪는 곳도 있지만 결국 소비 확대의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홈디포(종목기호 HD)는 2.77달러(0.96%) 오른 292.75달러로 마감했다. 홈디포는 각종 건자재와 공구, 인테리어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소매기업이다.
홈디포의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150달러까지 무너졌다가 꾸준히 반등했으나 지난해 여름 이후 상승을 멈추고 이달 초까지 횡보했다. 지난 4일엔 잠시 250달러를 깨뜨리기도 했으나 다시 강세로 돌아서며 17.4% 오른 것이다.
이와 같은 상승 반전에는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확대라는 이유가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주 미국 국민들에게 1인당 14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에 홈디포의 인테리어 및 리빙 관련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며 주가가 오른 것이다.
미국 국민들은 주택을 고치고 꾸미는 데 지출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홈디포의 매출이 미국 내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간접지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로 홈디포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미국 홈디포 매장 전경. <사진/ 홈디포 홈페이지>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1월에 결산한 홈디포의 2020년 4분기 매출이 25% 증가한 323억달러, 주당순이익(EPS)은 2.65달러를 기록해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동일매장 성장률은 24.5%, 미국은 25.0%를 기록했으며, 디지털 매출이 무려 83%나 급증해 고성장을 이어간 사실을 밝혔다. 여기에 최근의 재난지원금 효과까지 감안하면 올해 1분기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주택시장의 높은 매매 수요와 노후화, 집의 가치 상승에 따라 개량 수요는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점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보조금 지급 효과 △코로나19 완화로 홈디포의 구조적 강점인 Pro부문 정상화 △MRO(소모성 자재) 대표 사업자인 HD서플라이 인수로 규모의 차별성과 시너지 효과로 인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며 홈디포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홈디포는 올해 분기배당금 10% 증액을 결정해 3월부터 주당 1.65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자사주도 매입을 재개할 예정이다.
대표 소비주인 나이키(NKE)도 연말까지 잘 뻗어나가다가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잠시 주춤하고 있다.
우선 2월에 결산한 3분기 실적은 괜찮았다. 매출이 컨센서스를 살짝 밑돌았으나 EPS가 0.90달러로 예상치보다 70% 많았다. 나이키의 3분기 매출이 부진했던 이유는 북미 지역에서 물동량이 급증하며 항만 혼잡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장이 폐쇄됐다. 하나금융투자는 “북미 물류 상황이 나아지고 있고 유럽에서도 매장 영업이 차츰 정상화되고 있어 4분기 매출은 반등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키는 미국 브랜드지만 전 세계에서 팔린다. 3분기 기준 미국 포함 북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34.4%로 가장 크지만 중화권이 22.0%,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가 25.2%, 아시아와 남미도 12.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중화권 매출이 22.8억달러로 51%나 성장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상황에서도 이뤄낸 결과라는 점이 놀랍다.
이제 북미와 유럽에서 공급이 정상화된다면 4분기부터는 강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3분기 매출에 타격을 준 외부요인에 의한 매출 타격이 예상보다 커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으나 나이키의 성장과 수익성은 모두 기대보다 더 좋은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되었기에 최근의 주가 하락은 좋은 매수기회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홈디포와 나이키가 웃으면 당연히 신용카드사인 비자(V)도 웃어야 하는데 돌발악재를 만나 상승세를 멈춘 상태다.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법무부가 비자가 직불카드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자는 카드 가맹점들이 수수료가 저렴한 네트워크로 직불카드 거래를 전송하는 것을 제한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종목들과 달리 특별한 조정 없이 지난 3월11일 226.15달러까지 올랐던 비자 주가는 이로 인해 크게 밀리며 지난주 206.90달러로 마감한 뒤 이번 주 내내 횡보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악재에도 웰스파고는 비자에 대해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도널드 팬더티 월스파고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이런 규제 이벤트는 주가 급락을 일으켰다가 단기간에 주가 낙폭을 만회하곤 했다”며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JP모건도 “비자는 역사적으로 규제 당국의 조사에서 안전하게 벗어난 이력이 있으며, 비자의 직불카드는 소비자와 핀테크 기업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가 있기 전 모건스탠리는 미국 내 소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실적 전망치를 상향조정한 바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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