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ESG 펀드, 차별화된 성과 없다
국내외 ESG펀드에 자금 밀물…바이든 당선후 '친환경' 부각
기대감 불구 국내 운용성과 장기간 부진
2021-03-17 14:00:00 2021-03-17 16:16:26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감수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ESG 투자가 큰 인기를 얻고 있으나 정작 ESG 펀드들은 차별화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펀드는 친환경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진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기후변화, 부의 양극화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투자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ESG 관련 ETF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520억달러로 2019년 160억달러에서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도 벌써 3월12일까지 610억달러나 증가한 상태다.
 
ESG 관련 상품들에 돈이 몰리는 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이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대전제에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직접적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에 서명하면서 자신의 친환경 공약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을 선두로 전 세계 친환경 기업들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상품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속속 ESG 경영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며, SRI 펀드나 녹색성장펀드 등 비슷한 개념을 포함해 ‘ESG’ 이름을 단 액티브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들도 거래되고 있다.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는 꾸준히 설정액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ESG 펀드엔 돈이 들어와 4300억원의 설정액이 늘었다. ‘녹색성장’, ‘뉴딜’ 이름이 붙은 펀드까지 포함할 경우 올해 설정액 증가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ESG 펀드들의 성과는 그다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MSCI 글로벌 ESG Leaders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9.9%를 기록, MSCI 글로벌지수를 0.5%포인트 초과했다. 10년 평균으로 이 정도 아웃퍼폼이면 좋은 성과인 것은 맞는데,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시장보다 부진하다가 최근에야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SRI 펀드라는 이름으로 먼저 나와 운용되던 ESG 펀드들은 2005년부터 빠르게 성장했지만 2008~2011년 시장과 차별화되지 못한 성과를 냈고, 2012~2018년 중엔 매년 시장 대비 크게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해, 펀드 설정액도 크게 줄었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강조한 2019년에 와서야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나 올해 코스피를 0.9%포인트 넘어선 수준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ESG 펀드들의 투자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MSCI ESG Universal ETF가 투자하는 종목들과 편입비중을 보면, 삼성전자 21.31%, SK하이닉스 9.64%, NAVER 4.76%, 삼성SDI 3.74%, 카카오 3.43% 등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이 그대로 올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이점이라면 시총 3위인 LG화학이 3.08% 비중으로 9위에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름도 시총 순위보다 낮다. 
 
ESG 평가기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편입비중을 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종목은 비슷해도 편입비중이 다르니 성과도 일반 코스피 ETF와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7일 현재 KODEX MSCI ESG Universal ETF의 기간별 수익률은 장단기 모두 KODEX 200 ETF에 조금씩 뒤쳐져 있다.  
 
글로벌 운용사들의 ESG 상품은 다를까?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자사의 상장지수펀드 브랜드 아이쉐어(iShares)로 ESG ETF를 운용 중이다. iShares ESG MSCI USA ETF(종목기호 ESGU)는 미국, iShares ESG MSCI EM ETF(ESGE)는 신흥국, iShares ESG MSCI EAFE ETF(ESGD)는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 기업들이 대상이다. 
 
이중 미국에 투자하는 ESGU의 경우 341개 종목을 편입하고 있지만 비중 상위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등 나스닥에서 보던 종목들이 그대로 올라 있다. ESGD의 주요 투자종목은 네슬레, ASML, 로쉬, 노바티스 등으로 편입종목 수가 478종목으로 더 많다. ESGE는 TSMC, 텐센트홀딩스, 알리바바, 삼성전자 등이 상위에 포진하고 있다. 
 
액티브 펀드의 경우는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투자종목과 비중을 임의대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ETF와는 다른 성과를 내겠지만, 크게 봤을 때 ESG 펀드는 사회책임 점수가 특출하게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기보다는, 담배, 술, 무기,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석유·석탄기업 등을 배재하고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이와 같은 운용이 10년, 20년 장기로 봤을 때 초과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단기간에 차별화된 성과를 안겨주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도 특별하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ESG 펀드를 선택하기보다는, ‘착한 투자’에 무게를 두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일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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