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공모가 밑도는 리츠, '부담없다'
주가부진 원인은 '소외'…배당금 지급 정상적
2021-03-09 14:00:00 2021-03-09 15:17:51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상장리츠(REITs)의 절반이 공모가를 밑도는 반면 상장 후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 리츠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상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수급에 따른 영향이어서 투자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 밑도는 리츠, 투자자산 문제 아니야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주식시장에는 13개 리츠가 상장돼 있다. 지난해에만 6개 리츠가 신규 상장해 숫자가 크게 늘었다. 2019년 12월5일에 상장한 NH프라임리츠를 포함할 경우 상장리츠의 절반이 최근 1년래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3개 상장리츠 중 절반이 넘는 7개 리츠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만큼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상장한 이지스밸류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미래에셋맵스1회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가 줄곧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진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현재 글로벌 리츠시장에서는 물류시설과 주택에 투자하는 리츠의 인기가 높은 반면 오피스 리츠는 홀대받고 있다. 국내 시장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니까 자산의 유형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벨기에 브뤼셀의 오피스에 투자하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주가는 공모가보다 높고, 판교 오피스를 소유한 신한알파리츠는 7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단순히 오피스 리츠라서 생긴 차이가 아닌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리테일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지만 리테일 리츠인 이리츠코크렙은 공모가 위에 있고 미래에셋맵스1호리츠, 롯데리츠는 그렇지 못하다.  
 
상장시점의 문제도 아니다. 똑같이 지난해 하반기에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와 ESR켄달스퀘어리츠 주가는 공모가보다 높다. 
 
결국 자산에서 문제를 찾을 게 아니라 수급 쪽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주가가 낮게 형성된 직접적인 원인은 증시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설득력이 있다. 
 
공모주 '따상' 일색, 주가 느린 리츠엔 무관심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진행했다. 이들이 공모를 거쳐 증시에 상장할 경우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로 출발해 상한가로 마감하는 ‘따상’이 일반명사화 됐을 정도다. 일부 대어급 공모주들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공모주 청약에 몰리는 자금도 크게 증가했다. 
 
IPO 종목 중엔 리츠도 있었지만 이들은 저 대열에 끼지 못했다. 리츠 투자자들은 시세 차익보다 안정적인 배당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상은커녕 상장 초 주가가 오르면 다행으로 여긴다. IPO 시장이 달아오른 시기, 상장 후 주가 급등을 기대할 수 없는 리츠 같은 종목은 차별대우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상장 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졌고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들은 리츠를 팔고 다른 종목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개인의 수급을 막았다면 기관의 수급은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 있다. 리츠 중에는 부동산 실물자산을 직접 편입하지 않고 중간에 다른 리츠나 부동산펀드, 수익증권을 거치는 재간접 투자 구조로 만들어진 상품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을 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기관이 운용하는 ETF는 이런 리츠를 편입할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개인은 관심이 없고 운용사는 손을 댈 수 없는 여건, 즉 수급 부족이 주가 약세를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금 리츠는 오직 인컴자산에 관심이 많은 일부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전유물이 된 상황이다. 
 
 
코로나19 피해 호텔리츠도 배당은 '멀쩡'
 
그래서 지금이 리츠에 투자할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리츠 자체엔 문제가 없는데 관심이 없어서 주가가 약세라면, 지금보다 관심이 커질 경우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주가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해도 배당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면 증시가 불안한 시기를 잠시 피할 대피소 역할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공모가를 밑도는 리츠 중 배당금이 예상보다 적게 나온 경우는 없다. 롯데리츠만 아직 하반기 배당금을 확정하지 않았는데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밸류리츠 배당금이 적은 건, 이제 막 상장해 6개월 단위 결산을 꽉 채운 적이 아직 없어서일 뿐이다. 대부분 120~130원 정도 배당을 시행하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배당을 받으면 공모가 기준으로는 약 5%, 현재 주가를 반영한 시가배당률은 연 5%대 중반을 넘는 종목도 있다. 
 
리츠가 투자하는 자산의 특성에 따라 배당과 기대차익은 조금씩 변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배당 안정성이 가장 걱정되는 종목은 모두투어리츠일 것이다. 호텔, 그것도 외국 관광객 수요가 많은 명동의 호텔을 주력 자산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투어리츠는 주당 150원 배당을 발표했다. 모두투어리츠는 1년에 한번 결산하는 종목이라서 이게 1년치 배당금 전액이다. 하지만 연말 주가가 3000원 미만이었기 때문에 시가배당률은 5%를 넘겼다. 
 
배당을 맞춰주기 위해 이익 수준을 넘어서는 배당을 한 것도 아니다. 모두투어리츠가 올린 지난해 순이익은 약 12억원, 배당총액은 순이익보다 약간 적은 11억7402만원이었다.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순이익이 급감한 것은 맞지만 따지고 보면 2018년 이전보다는 좋았다. 2019년을 건너뛸 경우 2018년 이전엔 순이익과 배당 모두 지난해보다 적었다. 
 
모두투어리츠는 호텔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홈플러스 점포와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가로 편입했다. 또한 호텔 객실이 텅 비어도 최저보장임대료가 있어 최소한의 임대료 수입은 생긴다. 이를 바탕으로 배당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인 모두투어 입장에서도 이 리츠에서 받는 배당금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임대료가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애쓸 것”이라며 “매출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리츠, 발 넓힌다
 
광교센트럴푸르지오시티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1호리츠는 2035년까지 소유 면적 100%를 GS리테일에게 빌려주는 책임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GS리테일이 이 시설을 다시 롯데아울렛에 빌려주고 임차료를 받고 있지만 리츠가 받은 임대료는 보장돼 있다. 
 
롯데리츠의 경우 자산을 추가로 늘리겠다며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보유자산이 1.5조원 규모인데 여기에 8000억원 정도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신규 편입할 자산은 롯데백화점 중동점, 안산점, 계양점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춘천점, 그리고 김포물류센터다. 롯데리츠는 증자에 성공해 이들 자산을 추가할 경우 올해 임대료 수입은 757억원에서 337억원 증가한 109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평로 오피스빌딩을 보유한 이지스97호 사모펀드 수익증권에 투자한 이지스밸류리츠도 삼성생명, CJ대한통운, ICBC 등 우량 임차인 덕분에 배당 전선엔 이상이 없다. 이지스밸류플러스는 향후 유상증자를 통해 우량 오피스는 물론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다른 분야 자산에도 선별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두투어리츠를 제외할 경우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NH프라임은 빌딩을 통째로 소유하지 못했다는 것이 약점이다. 서울스퀘어(ARA펀드 1종수익증권 46%), 강남N타워(케이비강남1호리츠 우선주 22%), 삼성물산 서초사옥(현대38호펀드 수익증권 15%), 삼성SDS타워(유경11호펀드 수익증권 17%) 등 보유자산이 전부 수익증권과 우선주 지분의 일부다. 투자기간이 2024~2026년으로 짧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하지만 열린 상품이란 특징은 나중에 투자하는 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해석할 것이지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가격할인을 더욱 매력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공공지원 인간임대주택 부평더샵 아파트를 소유한 이지스151호 펀드에 투자하는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배당은 물론 나중에 매각 차익(분양)의 일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 상장리츠들이 대부분 고전 중이지만 올해에도 새로운 리츠가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SK 본사가 있는 서린빌딩을 구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SK리츠와 지난해 상장을 타진하다가 미뤘던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재등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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