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유튜브의 인기 덕분에 주식 세계에서도 새롭게 등장한 유명인들이 많다. 그들이 주식 고수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투자자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상매체의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텍스트의 가치가 더욱 부각된다. 글은 필자의 논리정연한 언어로 정리돼 기록된다. 주식투자를 배우는 데 있어 더없이 좋은 참고서적이다.
기자가 만나본 주식 전문가들 중에 책을 많이 읽고 공부의 양도 많은 것으로 유명한 아홉 분에게 주식투자 관련 서적과 블로그, 유튜브 채널을 추천받았다. 세 차례에 나눠 연재하겠다.
첫 번째 순서는 책이다. 각자에게 따로 세 권씩 선별을 의뢰했는데도 다수의 책이 중복 추천됐다. 좋은 책은 누구의 눈으로 보든 좋은 법이다. 한 가지, 일부 서적은 다수가 추천했으나 다른 이유로 초보 투자자에겐 어울리지 않다는 조언도 있었다.
소음 가득한 주가에서 눈을 떼고 현자들이 전하는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친지를 만날 수 없는 설 연휴, 주식투자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존 로스차일드,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추천인 9명 중 5명이 추천한 그야말로 주식투자의 필독서다. 최준철 대표는 이 책을 ‘역사상 최고의 펀드매니저에게 배우는 상식적인 투자방법, 실용적이면서도 가슴 뛰게 하는 입문서’라고 소개했으며, 홍춘욱 대표는 피터 린치 3부작 중 으뜸으로 꼽았다. 일상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예시는 주식투자가 우리에게서 멀지 않는 데 있음을 알려주며, 요즘처럼 주가 버블이 회자될 때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칵테일 이론’이 빠지지 않는다.
단, <월가의 영웅>은 주식투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문서임에 틀림없지만,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투자를 실행할 경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한국형 가치투자전략, 최준철·김민국, 이콘
그 다음 2명이 중복 추천한 책이 4권이다. 그중 <한국형 가치투자전략>은 <월가의 영웅>처럼 대표적인 입문서이자 국내 가치투자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책으로 통한다. 추천인에 포함된 최준철 대표와 그의 파트너 김민국 대표가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에 함께 집필해 화제를 모았다. 주식투자와 가치투자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화로 보는 한국형 가치투자전략>도 출간돼 있다. 정채진 씨는 “어떤 기업이 좋은 투자대상인지 한국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쓰인 책”이라며 <가치투자가 쉬워지는 V차트>를 함께 추천했다.
초과수익 바이블, 프레더릭 반하버비크, 에프엔미디어
김기호 대표는 이 책을 “세계적인 투자 대가들의 투자전략의 정수를 잘 정리한, 한 권으로 끝내는 가치투자 입문서”라고 표현했다. 최준철 대표 또한 “투자 대가들의 철학과 방법론을 마치 뷔페처럼 잘 차려놓은 책”이라며 “시간 대비 매우 효율적인 학습서”라고 추천했다.
워런버핏 바이블, 워런 버핏·리처드 코너스, 에프엔미디어
전 세계 주식투자 고수의 대명사 워런 버핏과 그의 투자법에 대해 다룬 책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정작 워런 버핏 본인이 쓴 책이 없다. <워런 버핏 바이블>은 본인이 쓰지 않았지만 본인이 쓴 책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버핏이 매년 직접 작성해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주주서한과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과 나눈 질의응답을 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버핏의 혜안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한가득 실려 있다.
이와 비슷한 유형으로 버핏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엮은 <워런 버핏의 주식투자 콘서트>와, 버핏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풀어낸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도 함께 추천됐다.
현명한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워런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이 집필한 <현명한 투자자>는 주식 투자의 교과서라 불리는 책으로 투자자라면 반드시 거쳐야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초보 투자자에겐 어려운 책이지만 교과서답게 참고서도 있다. 신진오 회장은 요약본인 스티브 브라더선의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먼저 읽어 보고 <현명한 투자자>를 접하길 권했다. 그래도 어려울 경우 해설서 격인 <현명한 투자자 해제>가 도움이 될 것이다.
박성진 대표는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 번째 읽었을 때,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읽으면 읽을수록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투자의 고전”이라고 추켜세웠다.
글로벌 일타강사의 뼈 때리는 조언, 책 속에 다 있다
이제부터는 단독 추천서다. 여러 권을 추천받았다면 분명 또 복수로 거론됐을 책들이다.
초보 투자자를 위한 책부터 살펴본다면 ‘바람의 숲’ 김철광 씨가 추천한 <허영만의 3천만원>, <허영만의 6,000만원>, <허영만의 주식타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만화가 허영만 씨가 직접 주식투자를 하면서 연재한 내용을 책으로 묶은 3부작이다. 사실 내용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주식세계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이 책 한권 읽고 주식투자에 나서는 일은 절대 없기를 바란다.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이 앞설 텐데 그보다는 왜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 여기엔 ‘존봉장군’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쓴 <왜 주식인가?>가 도움이 될 것이다. 제러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의 <주식에 장기투자하라>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필독서다.
김철광 씨의 또 다른 추천서 <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주식공부>도 공부를 시작하는 투자자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와이민’이란 블로거로 더 유명한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집필했다. 김철광 씨는 이 책을 “이론적으로 탄탄하며 국내 현실에 맞게 한국적인 투자조언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기호 대표의 추천서 <주식하는 마음>도 “솔직하고 친절하며 식상하지 않은, 투자에 관한 근육을 키워주는 책”이다.
투자의 대가보다 옆집 아저씨의 경험담에서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이웃집 버핏, 숙향의 주식 투자 이야기>는 그에 어울릴 만한 책이다. 정연빈 이사는 “단순하고 우직한 투자법으로 오랜 기간 시장을 이긴 직장인 투자자의 노하우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실전서로 가보자. 간단하지만 명쾌하게 우량주를 선정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법을 알려주는 스테디셀러로 조엘 그린블라트가 지은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책>이 있다. 크기는 작지만 내용은 큰 책이다.
이제 막 첫 책을 떼고 종목에 관심이 생겼다면, 투자하려는 종목의 내재가치를 간단하고 손쉽게 계산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야마구치 요헤이의 <현명한 초보 투자자>를 추천한다. 주식 내재가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면 세계적 석학인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의 <주식 가치평가를 위한 작은책>이 좋다. 모두 신진오 회장의 리스트다. 많은 대기자가 있는 북클럽 ‘밸류리더스’의 회장답게 많은 양서를 추천했다.
최준철 대표의 추천서 <현금의 재발견>은 투자자들에게 경이로운 수익을 안겨준 성장 가치주의 사례들을 다룬 책이다. 종목 선정의 관점을 넓게 열어준다.
박동흠 회계사는 워런 버핏에 필적할 주식계의 일타강사 앙드레 코스톨라니를 추천했다. <코스톨라니 투자총서>는 10가지 권고사항과 10가지 금기사항을 담고 있다.
그는 또 국내에서 구할 수도 없는 책을 한 권 더 추천했는데, 세스 클라만의 <안전마진>이다. 세스 클라만은 유명 헤지펀드 바우포스트의 수장으로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가치투자의 대가다. 하지만 1991년에 나온 이 책은 국내에서 출간되지 못했다. 번역서는커녕 미국에서도 원서 <Margin of Safety>를 구하려면 100만원 넘는 돈을 줘야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누군가가 번역해 만든 해적판 PDF파일이 인터넷의 바다를 떠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 더 들어간다면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도 좋다. 주식투자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한 책이다. 김철광 씨는 “침착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유익한 책”이라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주식투자에서 큰 수익을 올려 과도한 자신감이 넘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정보 과잉의 시기에 투자자가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면 <소음과 투자>일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소음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호 대표의 추천작이다.
뭐니 뭐니 해도 뼈 때리는 책 중 으뜸은 나심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마라>이다. 박성진 대표는 이 책을 추천하며 “큰 실패는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큰 실패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주식종목에 매몰된 시각을 크게 넓히고 싶다면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가 추천한 <버블: 부의 대전환>을 권한다. 버블이 이슈인 지금 한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자산시장의 버블이 어떻게 형성되며, 또 무너지는가를 다루고 있다.
*추천인 명단 <가나다 순>
김기호 에프엔미디어 대표
김철광 '바람의숲'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이사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
신진오 '밸류타이머' 밸류리더스 회장
정연빈 아이투자 이사
정채진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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