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증시가 새해 첫날부터 불을 뿜으며 2900선을 가볍게 돌파, 코스피 시가총액 2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주가 상승폭이 주요기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이미 뛰어넘은 상황이어서 동시에 과열 우려도 확대될 전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첫 주식 거래를 시작한 증시는 강한 상승으로 출발해 12시24분 현재 2% 이상 급등한 2930.62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이날 증시는 장초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이슈를 재료 삼은 종목들이 강한 상승으로 출발하며 분위기를 달구더니 이윽고 삼성전자 등 주요 종목들도 랠리에 동참, 코스피를 2900선 위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코스피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달성, ‘코스피 3000’ 시대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자료: 한국거래소>
하지만 이와 같은 초강세 랠리로 인해 주가 상승이 경제 성장을 선반영하는 것을 넘어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근거로 제시된 대표적인 기준은 버핏지수다.
버핏지수는 한 나라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누어 구한 지표로 100%을 넘으면 과열, 80% 이하로 떨어지면 저평가로 분류한다.
IMF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GDP는 2019년 1919조원에서 약 1% 역성장한 190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시총 2000조원을 1900조원으로 나누어 구한 버핏지수는 105.2%다. 참고로 국내 증시 역사상 버핏지수가 100% 선을 넘은 적은 없으므로 역대 코스피에 비하면 고평가가 분명하다.
주가는 미래의 경제성장을 선반영하는 특징이 있어 이미 지나간 2020년의 GDP 추정치를 현재 주가에 대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예상치를 반영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올해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의 연말 전망치에는 기대감이 반영돼 비교적 후하게 나오는 편이어서 실제로 KDI 전망치를 달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와 달리 한국은행은 올해 GDP 성장률을 3.0%로 예상했다.
주요 기관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곳은 산업연구원으로 3.2% 성장을 예상했다. 이 또한 올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이 본격화될 경우를 전제로 한 수치다.
이같은 전망치만 놓고 본다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2%를 넘기기는 어렵다는 말이 된다.
2020년 GDP가 1900조원일 경우 3.2% 경제성장을 반영한 값은 약 1961조원이다. 올해 경제성장을 미리 끌어와 현재 코스피에 반영해도 버핏지수는 100%를 훌쩍 넘어섰다는 뜻이다.
2022년 경제성장 분까지 가져와야 그나마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022년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올해 GDP가 3.2% 성장해 1961조원을 기록하고, 다시 내년에 여기에서 2.5% 성장할 경우 약 2010조원을 달성하게 된다.
물론 버핏지수만으로 시장의 과열을 논할 수는 없다. 미국 증시에 비하면 한국의 버핏지수는 높은 것이 아니다. 또 다른 과열지표인 공포와 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는 51로 적정수준이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대부분 올해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는 3300선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미 2900선을 돌파했고 현재 지수에서 2%만 더 올라도 3000을 달성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너무 빠른 속도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대한 낙관론 자체는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면서도 주가 상승 속도 그 자체가 가장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연구원은 "상승추세는 유효하지만 1월 중순 이후 변동성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현재 삼성전자를 동반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12월부터 매도세를 분명히 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동반매도하다가 외국인은 소폭 순매수로 돌아선 상황이다.
2020년이 동학개미가 주도한 상승이었다고는 하지만 큰손들의 매매를 무시할 수는 없다. 주가 상승에 환호할 때 조정에 대비한 배분도 함께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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