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020년 자산시장에는 유독 큰 변화가 많았다. 새로운 기록들 쏟아졌다. 적극적으로 변동성에 뛰어든 누군가는 인생역전에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다. 6개의 키워드로 올해 자산시장을 돌아보았다.
-버블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 경제를 붕괴시킬 만한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만 자산시장엔 새로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20년 각국은 경제회복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고 자산시장은 이 돈 덕분에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대표적인 곳이 주식시장이다. 전 세계 증시를 대표하는 미국 증시는 올해 나락으로 추락했다가 극적으로 회복했다. 지난해 2만8538포인트로 마감했던 다우지수는 올해 3월23일 1만8591포인트로 추락했다가 현재 3만403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체감하기엔 엄청나게 폭등한 것 같은데도 전년 대비 상승률은 6.53%에 불과하다. 그만큼 깊이 추락했었다는 의미다.
대신 나스닥 상승률은 기록할 만하다. 지난 연말 8972에서 6860으로 추락했다가 1만2899까지 날아올랐다. 지난해 말보다는 43.76%, 저점에서 올려다보면 88.01% 급등한 것이다.
미국 증시가 아마존, 구글, 애플 등 투자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언택트’ 종목들을 앞세워 한 해 동안 기록적인 상승을 보여주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증시의 퍼포먼스에는 뒤진다. 코스피는 지난 3월19일에 찍은 저점 1457포인트에서 전일 2808포인트까지 무려 92%나 뛰었다. 코스닥은 428포인트에서 927포인트로 116.41%, 2배 이상 올랐다.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한국이 강했다고 해도 테슬라를 빼놓고 주가 상승을 논할 수는 없다. 1주를 5주로 분할한 주가 기준으로 지난해 83.666달러에서 올해 695달러까지 무려 730%나 폭등했다. 전기차가 주도할 미래는 이렇게 주가로 먼저 다가왔다.
코로나19 사태를 회복하는 과장에서 뿌린 돈의 힘을 앞세워 전 세계 증시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우리 증시도 배당기준일을 앞두고 2800선을 넘어서며 밟아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 <사진/ 한국거래소>
-신기록
2020년 배당기준일을 앞둔 12월28일 코스피가 2808.60포인트로 마감하며 국내증시는 사상 최초로 2800선 등정에 성공했다. 1986년 개장 이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2700선을 밟은 데 이어 2800 고지까지 단숨에 올라선 것이다.
신기록 달성의 선봉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아주 잠깐 ‘8만전자’를 맛봤다. 이날 시가총액은 470조원을 넘어섰고 코스피 내 위상(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동학개미’라 명명된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 폭락기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수 대열에 동참, 추락하는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으로 상승랠리를 펼친 후 조정세를 보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연말 특별배당 이슈가 부각되며 재차 오름세를 그렸다.
코스피가 2021년에 2900 고지를 넘어 3000을 넘볼 수 있을지는 삼성전자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산시장에 투자자들을 웃게 만든 신기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습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국제유가였다. 유가 선물(WTI)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선물을 이월하는 과정에서 4월20일 단 하루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극도로 위축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그 영향으로 정유화학주는 물론 유가를 추종하는 상품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인 USO의 경우 추적 유가선물 비중을 변경했고 국내에서도 이를 따르는 원유 ETF들이 나왔다.
한편으론 유가 폭락기에 싼 기름을 보관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탱커 운임이 급등했다. 이는 폐유조선의 해체도 늦춰 VLCC 선박 발주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감산 노력으로 안정세를 찾았다. 6월 하순에는 40달러대에 올라섰고 현재 50달러 근처까지 다가섰다. 하지만 경기회복과 수요 증가에서 비롯된 상승이 아니라 공급을 줄여서 올라온 터여서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OPEC+ 등은 내년에 감산 규모를 조금씩 줄여갈 계획이다.
결국 유가와 그 영향 아래 놓인 중후장대 산업들도 코로나 바이러스 진압과 경기회복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금값 된 금값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그리던 금값이 올해는 코로나 부스터를 달고 날았다. 미국이 각종 양적완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달러값이 하락해 반대작용으로 금값이 크게 치솟은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3월 중순만 해도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기준 트레이온스당 1500달러 아래까지 하락했던 국제 금 시세는 8월6일에 2051.5달러를 기록했다. 그 이후에는 하락 조정하며 현재 1800달러대에서 횡보하는 중이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금 투자 바람이 불었고,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한국거래소의 금현물 거래가 주목받았다. 1g 단위로 거래되는 금 현물의 고점은 7월28일 기록한 8만100원이다. 국제 시세와 고점이 다른 것은 환율의 영향이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ATM 역할을 한다는 한국의 외환시장은 춤을 추곤 한다. 올해도 변함없었다.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감이 팽배해진 올해 3월 극에 치달았다. 3월19일 1285.7원, 장중에는 1296.0원까지 치솟는 등 원화 약세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이후 조정세를 그리다 6월부터 급락세로 돌아서 이젠 1100원을 지키느냐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됐다.
-부동산 대폭발과 전세대란
2017년부터 이어진 주택가격 상승세가 올해 대폭발했다.
KB부동산이 발간하는 월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집값은 8.35% 올라 14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률도 6.54%를 기록, 9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중에서도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44.97%나 급등해 놀라움을 안겼다. 세종시 주택시장은 국회 이전 논의로 불이 붙었다. 전세가격도 27.61% 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집값은 10.70% 상승했으며, 이중 아파트만 추리면 상승률은 13.06%로 올라간다.
굳이 서울과 지방 구분할 것 없이 집값이 폭등했다. 양도소득세율과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는 등 세금으로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특히 지난 7월30일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나타나 매매시장의 불이 임대차시장 시장으로 옮겨 붙어 전셋값이 치솟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전세대란이 다시 매매가를 올리는 연쇄작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영끌’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한 잔의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작은 행복을 더 중시하던 젊은 세대, 집 사는 대신 차부터 구입해 잔소리를 듣던 젊은이들이 올해는 정반대 이유로 부모세대의 걱정을 사고 있다.
‘욜로(YOLO)’가 사라진 곳에 ‘영끌’이 자리 잡았다. 40대 초반 은퇴를 목표로 극단적인 지출 억제와 저축·투자에 올인하는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까지 등장했다. 소소한 행복을 좇다가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현실을 자각한 결과다.
문제는 이들이 감당하기 벅찬 수준의 레버리지를 끌어다 아파트를 장만하고 주식을 매수했다는 것. 자산 버블이 꺼질 경우에 나타날 반작용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빅히트 기업공개(IPO) 당시 벌어진 ‘주식 환불’ 해프닝은 준비되지 않은 채 자산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다른 것을 포기하고 투자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이들을 무작정 탓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년엔 레버리지를 줄이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
-세금폭탄
올해도 자신 관련 세제가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 관련 세제는 주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집중됐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를 조준했지만 웬만하면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데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1주택자도 사정권에 든 경우가 많아 핀셋 규제의 의미는 많이 퇴색됐다.
또한 2023년부터는 주식 매매차익에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한 정부 방안도 논란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로 양도세 공제한도를 5000만원까지 확대하고 손익 상계 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장기보유 인센티브를 논의할 방침이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부동산 세제 강화는 당장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있을지 주목된다. 주식 양도세 부과는 본격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내년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주어지는 혜택도 확대될 예정이어서 절세할 수 있는 여러 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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