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코스피가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증시 주변자금도 사상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장기업들의 4분기 실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확실한 실적 개선 종목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23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증시에 몰려든 자금도 크게 증가했다. 현재 증시주변자금은 고객예탁금 61.5조원, 코스피 및 코스닥 합산 신용잔고 19.2조원, 주식형펀드 54.7조원, 머니마켓펀드(MMF) 152조원 등 총 288조원 규모다. 이는 과거 최고기록이었던 2009년 3월의 219조원을 크게 넘어서는 금액이다. 주식형펀드는 당시 85조원보다 감소했지만 대신 직접투자에 나선 개인자금이 크게 증가했고, MMF 등 부동자금 증가(118조원→152조원)도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개인들의 주식 투자 참여가 늘어나면서 우려되는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 매매회전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상장주식 수 대비 거래주식 모두 급증했다고 밝혔다. 최근 코스피의 일평균 주식 회전율은 2~3%대로 올라섰는데 이는 2003년 이후 최고 레벨이다. 코스닥 회전율은 5%대에 달한다. 상장주식의 5%가 하루에 거래된 것이다.
코스피 일평균 회전율 <출처: 메리츠증권>
특히 상승기와는 달리 현재는 주가가 오르는 종목 수가 전체의 40% 중반에 그쳐 회전율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1개월간 종목 성과 분포를 보면 코스피에서는 상위 27%의 종목이 시장 평균보다 우월한 성과(월간 10% 이상 상승)를 나타냈고, 20% 이상 오른 종목 수는 전체 종목의 12.7%에 그친 반면 10% 미만으로 올랐거나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전체의 73%에 달한다”며 “종목 간의 온도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코스닥도 비슷해서 한 달간 10% 이상 오른 종목은 28.6%, 20% 이상 뛴 종목은 13.8%에 그쳤고, 10% 미만으로 소폭 올랐거나 하락한 종목은 71.4%에 달했다.
이 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투자성과가 플러스를 유지하려면 40% 수준의 확률을, 시장평균 이상의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26~27%의 확률을 연이어 맞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지금은 빈번한 매매를 할수록 성공확률이 떨어지는 만큼 반도체, 2차전지 등 주도주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로스컷 물량이 없어 보이는 실적개선주 찾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당분간 베타(지수)보다 알파(초과성과를 낼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갖자고 제언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대주주 요건 상황 해제인 배당락 전후부터 내년 1월까지 이익모멘텀이 있는 실적개선 종목군이 주목받는 개별종목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투자자들은 지수가 하락할 경우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실적주들의 낙폭이 클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지만 이익모멘텀 팩터는 지수와의 상관성이 오히려 음(-)의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가 30% 이상 조정을 받았던 3월 중순에도 이익모멘텀 종목군은 10% 조정에서 선방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지수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1년간 기관이 매도한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기관 수급 빈집(기관 1년 순매도 강도 상위) 종목들은 만약 지수가 추가 하락한다고 해도 기관의 로스컷(손절매) 물량을 피해갈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올해 기관들이 많이 담은 종목들은 거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