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연말 코스피 상승장에도 은행주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배당 축소를 권고한데다 호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대형은행의 배당 제한을 완화한 만큼 대외 시각을 고려해서라도 은행별 구분된 정책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통 12월에는 배당투자 매력과 '산타랠리' 등으로 은행주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크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배당 관련 규제 가능성이 은행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계 금융지주사에 올 초 이루어진 25~26% 수준보다 낮은 20% 배당성향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주주들에게 지급한 현금 배당 비중을 뜻한다. 이는 증권가에서 기대하는 수준보다도 2~3%포인트 낮다. 당국은 불확실성이 계속되기에 배당 축소를 통한 자본 축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가 관리를 해야 하는 금융지주 입장에선 상황이 난감하다. 배당 내지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들의 신임을 얻어야 경영 추진에 힘을 얻는다. 일부 금융지주는 코로나19 영향에도 올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냈다. 코로나발 충당금에도 배당 여력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배당 규모는 3월 주주총회에서야 결정하기에 아직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실적만큼 국내외 주주들의 배당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입장에선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당국의 배당 축소 기조가 지속하면서 실적 전망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 속 은행의 자체 경영 능력보다 정부의 규제 정책이 부각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투자자들이 보는 시각에도 문제될 수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현지 은행들에 대한 2차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당·자사주 제한을 올해 이익 내로 가능하도록 완화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은행에 대한 건정성 우려가 크게 비춰질 수 있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개별 은행의 자본적정성 수준이 상이한데 일괄적으로 동일한 배당성향을 적용하는 것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다소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국내 은행의 배당 감소 폭이 시장 예상보다 클 경우 대외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은행주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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