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올 한해 뜨거웠던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하는 세 기업의 공모가 진행 중이다. 청약날짜가 겹치기 때문에 이들 모두의 청약한도금액을 채울 수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한두 종목을 선별해 청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청약한도와 실시간 경쟁률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기업내용과 과거 이력 등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 프리시젼바이오, 석경에이티가 올해를 마무리하는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생물학적 제재를 연구개발하는 기업으로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위한 공모를 진행 중이다. 프리시젼바이오는 체외진단 전문업체로 신속한 진단에 쓰이는 소형 검사기와 카트리지를 만든다. 심혈관질환, 감염성질환, 염증질환 등 면역진단용 현장검사 플랫폼을 개발해 중소형 병원 위주로 영업한다. 석경에이티는 나노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치과 재료와 화장품용 소재 비중이 큰 편이다.
이중 지놈앤컴퍼니와 프리시젼바이오가 15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받고, 석경에이티는 15~16일에 올해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공교롭게도 세 기업 모두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다.
청약 날짜가 겹치기 때문에 공모주 투자 종잣돈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엔 이중에서 한두 종목을 골라서 청약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프리시젼바이오의 청약증거금 환불일이 16일이라서 프리시젼바이오에 청약할 경우 그 환불금을 받아 석경에이티에도 투입할 수 있다. 환불일이 17일로 하루 늦은 지놈앤컴퍼니를 선택할 경우엔 오직 이 종목 청약만 가능하다.
세 종목 청약에 들어가는 자금은 차이가 큰 편이다. 지놈앤컴퍼니는 공모가가 4만원이며 청약한도는 1만3000주지만 한국투자증권 거래실적에 따라 최대 3만9000주까지도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증거금률 50%를 감안하면 최대 7억8000만원이 필요하다.
프리시젼바이오의 경우는 공모가 1만2500원에 최고 청약한도가 최대 2만7000주(일반 9000주)이므로 1억6875만원이면 된다. 석경에이티는 14일 오전까지 공모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희망 공모가(8000~1만원) 상단으로 정해질 경우 최대한도 1만8000주(일반 6000주)까지 청약해도 9000만원이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프리시젼바이오와 석경에이티에 함께 청약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으로 이를 피해서 지놈앤컴퍼니를 선택하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최고한도를 다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고, 두 종목 대신 한 종목을 택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약일 이틀째인 15일 오후 지놈앤컴퍼니와 프리시젼바이오의 실시간 청약경쟁률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모두 기관 수요예측에 1000곳 이상의 기관이 참여했고, 10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희망공모가 상단을 적어낸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것만 갖고 투자 매력도를 판가름하긴 어렵다. 단, 공모주 확약비율에서는 프리시젼바이오가 유독 낮게 나왔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외에 중요하게 참고할 사항이 있으니 과거 주가 이력이다. 지놈앤컴퍼니나 프리시젼바이오의 경우 매출과 이익이 적어 일반 투자자들은 공모가가 적정한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지놈앤컴퍼니는 참고할 가격이 있어 나은 편이다.
지놈앤컴퍼니의 파이프라인, 임상1/1b 단계에 있는 것들이 많다. <출처/ 지놈앤컴퍼니 홈페이지>
지놈앤컴퍼니는 코넥스 대장주로 불리던 종목이다. 현재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지만 지금도 코넥스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3만원대에서 거래되다가 코스닥 상장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가 급등해 현재 7만5000원을 오가고 있다.
이는 공모가 4만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지만 만약 지놈앤컴퍼니가 코스닥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할 경우엔 곧바로 10만4000원까지 오를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게 가능하다고 본다면 굳이 높은 청약경쟁률을 떠안고 공모에 참여할 게 아니라 지금 코넥스 시장에서 7만5000원 주고 주식을 매수하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
7억8000만원 증거금으로 최고 청약한도 3만9000주를 신청해 1000 대 1의 경쟁률이 나오면 39주를 배정받게 된다. 이 39주를 상장 첫날에 ‘따상’에 매도할 경우 405만60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공모주를 받는 대신 7억5000만원만 갖고 코넥스에서 주식 1만주를 매수해 똑같이 상장 첫날 10만4000원에 팔 수 있다면 (10만4000원-7만5000원)×1만주=2억9000만원의 차익이 나기 때문이다.
거꾸로 ‘따상’을 갈 경우의 차익이 이만큼이나 벌어지는데도 현재 코넥스에서 주가가 저 수준이라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지놈앤컴퍼니의 ‘따상’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이와 같은 분석은 모두 해당 기업의 사업과 실적, 성장 가능성 등을 반영하지 않은, 현재 주어진 조건만 놓고 따진 것이다. 단기 조건보다는 기업과 사업 자체의 매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공모주 투자가 단기간의 변화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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