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HMM이 공모 발행한 전환사채(CB)가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이유를 증명하듯 채권시장 상장과 동시에 급등했다. 연 3.0%를 약속한 채권가격이 9% 상승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채권이자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장 이틀째인 11일에는 채권가격이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2년 후 조기상환할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선반영한 것보다 높은 가격대에 머물러 있다.
HMM CB가 이 같은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해운업 개선과 함께 주가가 오를 경우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겠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어서다. 채권 발행 전 하락했던 주가도 현재 주식 전환가액(1만2850원)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
해운업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해 채권에 투자한다면 다른 해운회사들이 발행한 채권도 괜찮지 않을까? 현재 채권시장에는 비상장 해운사인 폴라리스쉬핑이 발행한 무보증 회사채 3종류가 연 4%, 5%대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4월22일에 4.18% 표면금리로 400억원을 모집한 ‘폴라리스쉬핑26-2’를 보자. 내년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데 현재 채권가격을 반영한 수익률은 4.9%다. 지난해 9월19일에 2년물로 발행한 ‘폴라리스쉬핑28-2’는 5개월 전에 발행한 26-2보다 높은 4.39%를 내걸었다. 이 채권의 매매수익률은 현재 5.3%대다. 같은 날 발행한 3년물 ‘폴라리스쉬핑28-3’은 표면금리 5.14%이며 현재 5.6% 수익률이 예상되는 가격대에 거래 중이다.
모두 BBB0 등급치고는 높은 편이다. 채권 투자 수익만 생각하면 HMM보다 유리한 조건인데 아무래도 선박사고의 여파로 생긴 잠재적 위험이 걸린다.
폴라리스쉬핑은 벌크선 중심의 선사다. POSCO, 한국전력, 현대제철, 그리고 브라질 발레(Vale) 등 우량 화주들과 연속항해용선계약(CVC), 장기해상운송계약(COA)를 맺고 있다.
용선 선박을 제외하고 37척의 선단(용선 제외)을 운용 중이다. 14척은 건조 중이다. 직접 배를 주문 제조해 쓰거나 용선을 하는데 빌린 배를 다시 되빌려주는 대선도 한다.
3분기까지 올해 매출을 분석해 보면 벌크선에서 6313억원, 탱커선박에서 158억원을 올렸다. 이익률은 탱커 쪽이 훨씬 높지만 벌크선 매출 비중이 98%로 압도적이라 탱커의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지역별 매출은 전체 6471억원 중 남미(브라질)가 5022억원, 오세아니아(호주)가 749억원이다. 화주들이나 지역 비중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폴라리스쉬핑은 주로 철광석을 실어 나른다. 철강제품을 만드는 주원료가 철광석과 석탄이다.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POSCO,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주는 물론 한국전력도 주가가 상승했는데, 실제로 철강 수요 증가로 이들의 사업이 활발해져 철광석 물동량이 늘어난다면 폴라리스쉬핑도 그 수혜를 얻을 것이다.
업황은 점점 좋아질 수 있다 치고, 채권을 상환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까?
폴라리스쉬핑이 발행한 채권은 만기가 몇 달 남지 않았는 데도 4~5%대 수익률로 거래 중이다. 다만 선박사고 여파로 차환 발행이 가능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해운업황 개선을 예상한다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채권보다 1년 이상 남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전문가의 조언이다. 사진은 2017년에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사진/ 폴라리스쉬핑>
해운사답게 부채는 많다. 유산스 약 200억원, 전자단기사채 200억원, 운전자금대출 약 90억원이 단기차입금이고, 선박 매입과 운영자금 등에 쓰이는 장기차입금이 2686억원이다. 이와 별개로 단기채 50억원, 장기채 1420억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개 채권이 여기에 속한다.
이렇게 여러 종류로 조달한 부채가 3분기말 현재 총 2조1496억원이다. 이에 비해 자본총계는 1862억원에 불과해 부채비율이 1154%에 달한다. 원래 항공과 해운업 등은 외부에서 돈과 항공기, 배를 빌려 쓰는 비중이 높아 부채비율이 높긴 한데 HMM의 부채비율은 438%이며 대한항공은 692%다. 위기에 빠져 있는 아시아나항공만 2308%다.
안정적인 거래를 이어오고 있는 폴라리스쉬핑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2017년에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때문이다. 관련 재판의 1심 선고가 올해 2월에 있었다. 김완중 회장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고, 폴라리스쉬핑에는 벌금 1500만원이 부과됐다.
문제는 이 유죄 판결이 기업공개(IPO) 준비와 자금 조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IPO는 지분투자한 사모펀드들이 당사자지만 자금 조달 문제는 채권 투자와 직접 관련이 있다.
위의 채권 중 내년 4월과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폴라리스쉬핑26-2와 28-2 채권은 새로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의 원리금을 갚는 차환 발행을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을 감안하면 불확실하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몇 달 남은 채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채권상환 가능성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만기가 더 길게 남은 채권이 차라리 낫다”며 “채권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차환 발행이 가능할 수 있게 업황이 좋아지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조언을 따른다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26-2와 28-2보다는 2022년 9월이 만기인 폴라리시쉬핑28-3이 상대적으로 나은 셈이다. 물론 그 사이에 폴라리스쉬핑이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 또는 기대감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올해는 지난해의 대규모 적자를 탈피해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3분기엔 스텔라베너호의 침수사고 손실을 반영하느라 적자였으나 누적으로는 309억원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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