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장내 채권시장에서 거래 중인 현대로템 회사채 수익률이 오전 한때 11%를 넘어섰다. 거래가 많지 않은 채권물에서 가끔 나타나는 현상이다. 은행 예금이율이 1% 초반에 머무는 요즘 상대적으로 주식보다 안전하면서 예금보다 높은 채권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채권시장에서 ‘현대로템29-1’은 94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9400원은 11%가 넘는 연수익률에 해당하는 채권가격이다. 이 가격은 오전 한때 6700좌, 1만좌씩 두 번의 매도주문이 나오면서 형성된 것이었다. 두 번의 매매체결 후 곧바로 이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 주문이 나오면서 채권가격도 9900원 위로 올라섰지만 호가 잔량도 거래도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
‘현대로템29-2’ 채권 또한 9400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오전 9시46분에 9400원에 2만좌, 640좌가 체결됐다. 뒤이어 이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 주문이 올라왔지만 매매가 이뤄지지는 않아 여전히 시세창에는 9400원으로 기록돼 있다.
두 채권은 현대로템이 지난해 같은 날짜에 발행한 일반 회사채로 채권기간과 금리만 서로 다르다. 현대로템29-1은 지난해 7월16일에 발행해 내년 7월16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2년물로 1000억원 규모다. 표면금리는 2.599%. 발행 당시 신용평가등급은 A-였으나 현재 신용등급은 BBB+다.
현대로템29-2도 1000억원 규모로 발행됐으나 만기는 2022년 7월16일로 1년 더 긴 3년물이다. 채권자가 1년 더 돈을 맡기는 대신 표면금리는 연 2.935%로 조금 높아 채권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현대로템29-1의 경우 9400원에 매수하면 이자와 채권 매매 차익을 더해 연 11.29%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반면 현대로템29-2는 똑같이 9400원에 매수해도 만기가 1년 길어 연환산으로 따지면 6.663%에 그친다.
1년 전 현대로템이 두 채권물을 발행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그 사이 추가 자금 조달도 있었고 신용등급은 한 단계 하락했다. 대신 적자였던 사업은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이런 변화들은 주가 뿐 아니라 채권 시세에도 반영됐다.
그런데 큰 장애물을 넘은 이제 와서 갑자기 저가 매물이 나와 채권가격을 떨어뜨린 것이다. 덕분에 이 가격에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얻게 됐다.
채권시장에서 2.599% 금리의 채권(이표채)을 9400원에 1만좌 매수한다는 의미는, 940만원 주고 채권을 사서 만기 때까지 3개월에 한 번씩 약속한 날짜에 세전이자로 6만4975원(25만9900원÷4)씩 받다가 만기 때 100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이자에 덤으로 원금을 키워 받는 것이다. 은행에 1000만원을 예치해서 10만원 정도 이자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이익이다.
뒤따르는 매도 물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소액투자자 한두 명이 보유 물량을 처분한 데 따른 일시적인 가격 급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치 거래량이 매우 적은 주식종목의 호가가 크게 벌어진 상태에서 1~2주씩 거래되며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것처럼, 거래가 적은 회사채에서도 가끔 생기는 일이다.
다만 거래금액이 아주 적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잘 잡으면 평범한 채권도 본인에겐 고리의 금융상품이 된다.
그렇다면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또 다른 고금리 채권은 없을까?
일단 수익률만 보면 코스닥 상장사인 서울리거가 발행한 ‘서울리거4’가 9000원 이하에서 거래돼 9%가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리거 회사채는 B- 등급으로 초고위험인데다, 매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도 나쁘다. 이런 채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저가항공사 티웨이홀딩스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신주인수권과 분리된 회사채 ‘티웨이홀딩스24’도 오늘(22일) 상장했다.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가 매긴 신용등급은 BB-, NICE신용평가는 B-로 평가한 투기등급 채권이다. 표면금리 2.0%, 발생수익률 연 4.0%의 3년 만기물이다.
이 채권은 오늘 상장하자마자 9210원까지 하락했다. 현재 9290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신주인수권을 얻기 위해 청약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곧바로 매도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병목현상이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채권 상환능력에 의심을 받지 않는다면 채권가격은 정상적으로 액면가 근처로 찾아갈 것이다. 지난 7월3일 한진칼 BW에서 분리된 채권 ‘한진칼3’이 상장했을 당시에도 시작은 9200원 밑이었으나 지금은 액면가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채권을 투자할 때에는 기업의 재무 정상화라는 전제조건이 중요하다.
현대로템처럼 괜찮은 채권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가격에 매수하려면 적당한 후보를 골라 계속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HTS에 채권 화면을 함께 띄워놓고 개장 후와 폐장 전에 한 번씩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채권시장도 주식과 똑같이 오전 9시에 열고 오후 3시30분에 닫는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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