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 압박에…슈링크플레이션 기승 조짐
교촌, 11일부터 순살 메뉴 중량 700g→500g 축소
또래오래, 닭고기 호수 11호→10호 변경
추후 확산 조짐…"기만 의도 다분한 마케팅"
2025-09-12 15:37:11 2025-09-12 19:30:29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이재명정부의 식품·외식 기업들에 대한 물가 안정 압박이 지속되면서, 업계에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기승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줄어들다'라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슈링크플레이션은 업체들이 기존대로 제품 가격을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마케팅 전략을 뜻하는데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정부와 여당이 가공식품 가격 인상률 최소화 등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를 천명하면서, 눈치싸움에 돌입한 외식업계가 제품 가격을 직접적으로 올리지 못하자 슈링크플레이션 같은 우회적 방법을 선택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이 같은 중량 감량은 기만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은 지난 11일부터 가격 변동 없이 순살치킨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30% 가까이 줄였습니다. 아울러 원재료도 닭다릿살 100%를 사용했지만, 닭다릿살에 안심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출시한 마라레드 순살, 반반 순살 등 신메뉴 10종과 기준 후라이드 순살, 양념치킨 순살 등 4종에 모두 적용됩니다. 
 
또 농협 목우촌이 운영하는 치킨 브랜드 또래오래는 지난 8월부터 치킨에 사용되는 닭고기의 크기(호수)를 11호에서 10호로 바꾸며 중량을 100g가량 줄였습니다. 
 
이들 업체는 고물가 여파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 같은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인데요. 문제는 이 같은 중량을 축소시키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별도의 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실 업계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은 고물가 기조로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할 때, 표면적 가격 상승은 억제하되 실속을 챙길 수 있는 기법으로 인식돼왔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커지자 지난해 8월부터 정부는 가공식품의 용량을 줄일 경우 이를 고지화하도록 의무화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외식 프랜차이즈는 이에 해당되지 않으며, 포함되더라도 지키지 않는 업체들 역시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한국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외 9개 제품에서 용량 감소와 단위 가격 인상이 확인됐는데요. 9개 제품 모두 식품으로 이 중 6개는 용량 변경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3개는 용량 변경 전후 사항을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당정이 물가 안정 강화 의중을 밝힌 만큼, 이 같은 슈링크플레이션 행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 불안에 식품 업체들의 이기심이 일조한다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계속 던지고 있기에, 가격을 올리기 힘든 업체들 입장에서는 수익성 보전 측면에서 슈링크플레이션 카드를 더욱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을 놔둔 채 용량을 줄이는 방안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공정한 거래라 보기도 어렵다"며 "기업들이 판매 제품의 양을 줄인다면 이에 대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공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만 마케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앞.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