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대비를 했는데도 생각보다 파장이 크네요.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지난 수년간 수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식품업계에 있어 올해는 가히 고난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K-푸드'를 전파하며 우리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온 식품업계는 올 들어 관세 이슈와 마주하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따라 이달 7일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산 농식품에는 15%의 세율이 일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초 예고된 25%보다는 둔화됐지만, 대미 수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만큼 15%라는 수치는 결코 낮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협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미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했는데요.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 대미 수출 금액은 1억39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00만달러 줄었습니다. 감소 폭이 6.7%에 달하며, 전년 동기 대비 농식품 수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23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K-푸드의 핵심 품목인 라면의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1400만달러로 1년 새 무려 17.8% 줄었습니다. 아울러 수출 주력 품목인 과자류도 2000만달러로 25.9%나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사실 식품업계가 이 같은 관세 이슈에 대해 대응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이미 지난해 연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미국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관세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돌기 시작했고, 국내 업계 역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발효 직후 대미 수출 지표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리 제품 발주를 앞당기고 미국 현지 수요층의 소비 행태를 면밀히 분석하는 등 정교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쳤음에도, 관세 리스크가 예상보다 더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인데요.
업계는 농식품의 가격 탄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K-푸드의 경쟁력은 미국 시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맛도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 제품 대비 낮은 가격에서 비롯됐던 점도 부인하기 어려운데요.
밑지는 장사에 나설 수 없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관세 인상분을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K-식품에 대한 미국 수요층의 중장기적 소비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몇 달러 인상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는 해외 식품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젊은 계층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까닭입니다.
무관세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식품업계가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답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미국 외 다른 수출 국가 확보에 주력하는 등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대체 상품 발굴, 원가 개선에 반강제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인데요. 어쩌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식품업계가 이 같은 '플랜 B'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관세 파고를 넘고, 아울러 K-푸드의 성공 신화를 공고히 하면 좋겠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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