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새로 출범할 정부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요 후보들은 '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긴 침체에 빠진 건설·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았는데요. 업계는 새 정부가 추진할 건설 경기 부양책이 건설투자확대, 노후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 SOC(사회간접자본) 확대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요 대선 후보들의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 PF 부실 확대 등 실질적인 건설·부동산 시장 불황의 원인을 해결할 공약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는 건설업 특성을 고려해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주택 공급 확대 △도시정비사업 활성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맞춤형 주택 공급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초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보다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주택 공급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주거 바우처 확대를 통한 주거 취약계층 주거비 부담 완화와 국민 리츠를 확대해 주택 공급 촉진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으로 전용면적 59㎡ 주택형을 집중 공급하고 생애주기 변화에 맞춰 세금과 부대 비용을 감면한다고 밝혔습니다.
건설업계는 일단 주요 후보들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는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후보들의 건설·부동산 공약은 공급 확대책이 대다수이고 예전 대선처럼 수요·거래 억제를 통한 부동산 시장 통제와 관련한 방안이 없어 어느 정도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판을 깔아놓겠다는 기대감은 든다"며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방안은 크게 '많이 짓는다'와 '금융 지원을 해준다' 등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일단 '많이 짓는다'는 공약은 공통적이기 때문에 일감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곡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설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건설업계는 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확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수도권의 정비사업 활성화는 물론 주요 지역의 택지지구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는 곧 일감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주택 공급 신속 인허가 제도를 도입해 사업비를 절감하고 행정 처리 기간을 줄여 빠른 공급을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이 같은 정책은 절감한 사업비 만큼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고 재개발과 재건축 절차와 용적률, 건폐율 규제 완화까지 이어갈 바탕을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엿보입니다.
김문수 후보도 가칭 재건축·재개발촉진특례법을 제정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요.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것처럼 용적률과 건폐율 완화, 사업 기간 단축 등을 노리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법)를 놓고는 의견이 갈립니다. 이재명 후보는 "재건축을 통해 확보한 과도한 이익은 사회 공공에 환원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오고 있는데요. 때문에 재초환법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재초환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업황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재초환 폐지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다수의 입장이긴 하다"며 "다만 공공이익 환수,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국가 경제 불안정성 등 거시적 관점을 감안하면 해당 규제 완화는 어떤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단기간 정책 효과 기대 어려워…'신중론'도 다수
새 정부 출범 이후 건설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반면에는 정책 효과가 발현되기까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건설업 특성상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신중론'도 존재합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해소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빠져 있다. 대부분의 건설업 관련 공약들이 치열한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상식 수준에서 도출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약들이 많아 보인다"며 "건설사와 건설사에 연결된 금융 구조를 건전화 시킬 수 있는 방안, 장기적으로 건강한 산업군을 만들기 위한 방안이 빠진 것도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도 새 정부가 건설산업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를 감안해 정교한 정책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산업은 부진한 정도를 떠나 IMF 이후 최대 위기에 놓여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단순한 건설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내수시장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는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연구위위원은 이어 "새 정부가 우리 경제의 긍정적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주축으로 건설산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건설업의 재부흥을 위한 규제 완화와 인프라 공급, 투자 확대, 철두철미하게 계획된 신규 택지 사업 착수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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