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의 회생 실타래가 점점 꼬이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3월 기습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경영진을 향한 검찰의 수사, 임차 점포 폐쇄, 납품 업체 이탈 등 각종 악재들과 마주하며 기업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인데요. 법원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 연장 결정으로 홈플러스에 1개월가량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 역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을 당초 예정일이던 오는 6월 12일에서 7월 10일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회사 유지 가치를 판단하는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이달 22일이었지만 내달 12일로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일단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습니다.
앞서 3월4일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의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고,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바 있는데요. 직후 홈플러스는 기자간담회까지 실시하며 협력사, 임대 점주 및 채권자들에게 상거래 채권 지급 진도율과 상품 공급 안정화 현황에 대해 공유하며 위기론을 잠재우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후 90일 가까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추진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달 집중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악재들이 회생에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인데요.
검찰은 이달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이틀 뒤에는 김 회장의 출국을 정지시켰습니다. 검찰은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경영진이 신용등급 강등 예측 상황에서 기초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하고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사와 주주사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하지 못했고, 회생절차 또한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요. 회생절차에 화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골든 타임 역시 빠르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임차 점포의 무더기 폐점 위기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이달 건물주와 임차료 조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17개 점포의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함에 따라, 입점 소상공인들이 폐점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요.
홈플러스는 지난 16일 설명 자료를 통해 점포가 문을 닫을 경우 소속 직원에 대해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적용해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입점주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납품사 이탈도 문제입니다. 빙그레는 이달 24일부터 거래 조건 협의 중 이견 발생을 이유로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고, 매일유업 역시 재고 문제 등으로 인해 일부 냉장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이미 지난 3월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발표 직후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은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전력이 있습니다. 특히 홈플러스의 경우 정산 주기가 45~60일에 달합니다. 이는 20~30일 정도에 불과한 이마트와 롯데마트 대비 월등히 긴 수치로, 납품 업체들의 긴장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지난 3월 홈플러스가 선제적 기업회생을 실행했지만 이후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최근 기업회생 과정에서 매장 축소 등 경영 효율화 측면의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데, 사실 대형마트는 기본적인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돼야 경쟁력이 발휘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조직이 작아질수록 확보할 수 있는 물품은 적어지고, 바잉 파워는 약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며 "홈플러스를 둘러싼 부수적 숙제들도 많다. 홈플러스가 남은 1개월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의 외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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