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일본 최대 해운사 ‘ONE’에 이어,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도 컨테이너선 발주처를 중국에서 국내 조선사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오는 10월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반사이익이 본격화되고 있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최근 글로벌 해운사들이 발주처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23일 독일 최대 해운사 하팍로이드가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를 중국 조선사에서 국내 조선사로 변경하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전날인 22일에는 일본 최대 해운사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도 3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대상으로 HD현대중공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일에는 세계 1위인 스위스 해운사 MSC가 중국 조선사에 발주 예정이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의 발주를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조선사에 컨테이너선 건조를 문의하는 횟수가 전년에 비해 6배 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그동안 중국과 국내 조선사를 병행해 발주해왔지만, 최근 미국이 자국 조선업 부활을 명분으로 중국 조선·해양 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대신 국내 조선사로 선회하는 분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입항 수수료’ 부과 조치가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17일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원)의 입항 수수료를 받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중국과 관련된 선박을 운항하면 t당 18달러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를 내야 합니다. 입항수수료는 오는 10월14일부터 부과되며, 단계적으로 높아집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단순한 관측에 그치지 않고, 일부는 실제 수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HD한국조선해양은 그리스 선사 캐피탈마리타임으로부터 총 22척의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며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습니다. 또 지난 3월 한화오션은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한 바 있습니다. 우수한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미국의 입항 수수료 부과로 인해 국내 조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중국산 컨테이너선이 싸더라도 글로벌 해운사들은 입항 수수료에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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