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K콘텐츠 전반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K콘텐츠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인데요. 다만 국내 웹툰·음악스트리밍·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등은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해외 빅테크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규제에 묶인 문화 플랫폼의 현주소와 글로벌 빅테크의 위협을 차례로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2023년부터 이어진 구글 유튜브 뮤직의 끼워팔기 논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이 국내 음원 생태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국내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의 위축을 넘어 창작자 및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한국 음악 생태계 전반을 위한 공정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튜브 뮤직 이용률 급증…끼워팔기 논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음악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 이용자 중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51.1%로, 국내 서비스 이용률(48.9%)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유튜브 뮤직은 유료 이용률이 2023년 11.7%에서 2024년 19.5%로 급증했습니다.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는 유튜브 뮤직이 빠르게 이용률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로 끼워팔기 전략을 지목합니다. 구글은 미국·독일·태국 등지에서 유튜브 뮤직 이용권 없이 광고만 제거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제공하지만, 한국에서는 유튜브 뮤직과 광고 제거 기능이 결합된 상품만 판매합니다.
음원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끼워팔기의 핵심 문제는 가격 구조에 있다”며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가 계속 증가했고, 반면 국내 플랫폼은 유료 서비스라는 점 때문에 이용자 감소로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는 유튜브가 빠르게 이용률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로 끼워팔기 전략을 지목했다. 왼쪽부터 멜론, 지니뮤직, 플로, 바이브, 벅스.(사진=뉴시스)
늦어진 공정위 결정…생태계는 이미 기울어져
공정위는 2023년 2월부터 구글 유튜브 뮤직의 끼워팔기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지만, 2년이 넘도록 제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유튜브는 공정위의 제재를 앞두고 ‘동의의결’을 신청했습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조치나 소비자 피해 구제 등의 시정방안을 제시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일각에서는 유튜브가 동의의결을 신청한 배경으로 최근 구글을 향한 글로벌 규제 압박이 강화된 점을 들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법무부는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 남용을 해소하기 위해 브라우저 ‘크롬’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의 분리 매각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구글의 전체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유튜브 역시 새로운 사업 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튜브는 광고 제거 기능만 포함된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한국 시장에도 도입한다는 것을 공정위에 시정방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금제 변경이 이뤄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가사 지원이나 스트리밍 외 기능이 부족한 유튜브 뮤직보다 국내 음원 서비스가 더 매력적일 수는 있으나,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듭니다. 국내 음원 플랫폼들이 한번 떠난 이용자를 다시 유인하는 데는 또 다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내 업계는 동의의결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 유사 사례에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재는 명백한 위반을 인정하는 것인 반면, 동의의결은 협의를 통해 조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재나 동의의결 모두를 두고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2년 넘게 결정이 지연되는 동안 음악 플랫폼 환경이 이미 변화했기 때문에, 제재나 동의의결 모두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음악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해외 음원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비율이 51.1%로 국내 음원 서비스 이용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플랫폼 독과점으로 저작권 문제까지 발생 우려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는 소비자의 저작권 인식마저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내 음원 업계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음악은 유료 콘텐츠’라는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지난 2년간 다시 음악을 무료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 인식이 개선되면서 고음질 제공, 음악 큐레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해졌지만, 최근에는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음악 콘텐츠를 무료로 여기는 인식이 생각보다 널리 퍼져 있다”고 짚었습니다.
저작권료 정산 방식에서도 국내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은 해외 서비스와 비교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내 사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따라 저작권료를 정산하지만, 유튜브 뮤직은 음악 권리신탁단체와 별도의 비공개 계약을 통해 수익을 정산하고 있습니다. 문체부의 징수 규정을 따르지 않는 유튜브 뮤직이 낮은 요율로 계약이 체결됐을 경우, 해외 음원 플랫폼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정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데 국내 기업이 주도해서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플랫폼 회사들이 공정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데 국내는 규제만 하려고 하니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점유율을 뺏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니다. 규제의 불균형 속 해외 빅테크 플랫폼의 독과점이 실현되면 결국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 할 전망입니다.
유튜브는 공정위의 제재를 앞두고 ‘동의의결’을 신청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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