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유영상
SK텔레콤(017670) 대표가 이번 유심 정보 유출이 이동통신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용자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늘리는 한편, 6월까지 유심 1000만개 추가 확보도 추진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다만 유심 재고 확보와 전산 처리 속도를 감안, 전체 가입자의 유심 교체 완료까지 최소 3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영상 대표는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사건이 이동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유심 해킹 사태에 따른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 대표는 유심 정보 유출에 따른 고객 우려와 불편에 거듭 사과하면서도 유심보호서비스 가입만으로 유심 교체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비정상인증시도차단(FDS)과 결합해 피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도 다시 곁들였습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는 1213만명을 기록했고, 이번주 내에 2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임원들의 유심 교체 여부를 물으며 "유심보호 서비스로 충분하다면 최 회장도 유심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유 대표는 이에 대해 본인을 포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경영진도 유심 교체 대신 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고 전했습니다.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회사가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습니다.
'유심보호서비스가 유심 교체와 버금가는 수준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유 대표의 생각이지만, 이용자들이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심 교체에도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유 대표는 "유심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른 상황"이라며 "5월 말까지 유심 500만개 확보에 이어 6월에도 500만개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74만7000건의 유심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이동통신 73만2000건과 알뜰폰 1만5000건을 합한 수치입니다. 앞서 SK텔레콤은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모든 가입자가 유심을 교체하기까지 예상되는 시간으로는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 원하는 모든 고객에게 전국 약 2600여개 매장을 통해 유심을 교체해 드리겠다는 점도 강조해 말했습니다.
이날 과방위는 SK텔레콤 가입자가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로 번호 이동시 위약금을 면제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고객이 통신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귀책 사유가 사업자에게 있다면 위약금을 폐지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SK텔레콤 이용약관을 보면,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며 "회사의 귀책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는데,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경감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100% 받아들이는 거냐"고 질의했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소비자, 가입자들이 스스로 대응을 세울 수 있도록 신속하게 알렸어야 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며 "(소비자가)'번호 이동을 해야겠다' 하면 이것은 SK텔레콤의 귀책 사유이기 때문에 위약금을 면제해 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의견을 보탰습니다.
유 대표는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다소 소극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SK텔레콤 약관 44조에 '회사의 귀책 사유로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해준다'는 조항이 있다. 뭘 더 검토하냐"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유 대표는 "약관에 바탕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대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논의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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