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뭄 현실화…작년 '반토막'
주택 시장 불안 가중…공급 절벽 심화
2025-01-22 13:35:15 2025-01-22 17:03:22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이 전년 동기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입주 물량 역시 25%가량이 줄어들 예정으로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인 분양과 후행 지표인 입주가 동시에 급감하면서 주택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22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임대 제외)은 4만3181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분양 물량인 7만4356가구보다 41.93% 줄어든 것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규모입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해는 2009년 2만6980가구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부동산 시장 침체를 분양 물량이 급감한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요. 탄핵 정국으로 인해 분양 일정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등이 건설사들의 분양 일정 연기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건설사들이 실제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애초 계획보다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실제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건설사들의 계획 물량은 26만6439가구였지만 실제 83.7% 수준인 22만2173가구의 분양이 이뤄졌습니다. 공사비가 급등해 사업성이 악화했고, 지방 주택 경기 침체 등의 여파 때문이었는데요.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최근 ‘2025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비정상적인 대출 규제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 분양 및 준공은 모두 예년 평균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분양·입주 물량 감소…집값 상승 자극 우려 가중 
 
입주 물량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입주 물량은 36만2132가구로 집계됐으나 올해는 약 25.38%(9만1921가구) 줄어든 27만211가구가 예정돼 있습니다. 2026년에는 15만7458가구로 대폭 줄어들 전망입니다.
 
분양 및 입주 물량 감소는 향후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데요.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이 부족해지면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곧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재 신축 및 역세권 등 선호단지에서 전셋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월세 지표의 상당 부분은 입주물량과 연관돼 있어 전월세 시장은 올해 내내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매 같은 경우 대출 규제와 정치적 불안 요소로 수요가 잠재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분양 물량은 20만가구 아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이 역대로 적은 물량인 데다 시장에서 자금이 돌지 않고 수익성은 미미해 신축을 만들어내는 데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년째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인허가 감소가 입주물량과 준공 감소로 이어져 수도권 중심으로 수급불안을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올해 기준으로 경기도 입주물량이 4만가구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수도권 전세 가격 상승이나 월세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경제 성장 저하로 주춤하지만 시장 회복기에는 일부 지역의 역상승을 끌어내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시장이 침체된 상태에서는 주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부족에 따른 불안심리는 시장이 위축돼 있을 때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회복기에 접어들면 분출하는 구조"라면서 "지금은 정국이 불안하고 대출규제 강화된 상황으로 단순히 입주물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이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의 입주와 분양물량의 수치보다는 가격 추이와 동향을 봐야 한다"면서 "아파트를 기준으로 전고점 대비 가격 회복이 가시적으로 이뤄진 곳일수록 전세가격도 상승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건축물은 내구재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시장 영향은 즉각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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