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일본 금리 인상 임박…엔케리 청산 충격 재현될까
작년 인상 때 코스피 폭락 ‘블랙먼데이’
금리·환율 작년보다 취약
“설연휴 앞둬…쉬어가자”
2025-01-22 06:00:00 2025-01-22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데 이어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열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달러의 향방과 금리정책이 변할 수 있는 데다 일본도 금리를 올릴 전망이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외환시장, 자본시장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여름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시장 충격이 재현될 수 있어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취임…물가 상승 정책 줄줄이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이 취임하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행정명령과 각서 등 총 78건을 취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일단 모두가 우려했던 관세 정책은 첫 서명에서 제외됐지만 언제든 실행 가능해 전 세계가 그의 입과 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취임 첫날에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 10∼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물가 상승을 자극해 금리를 올릴 요인으로 해석됩니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도 올해 금리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준은 지난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마저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 영향으로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미 국채금리(10년만기)는 4.7%대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조정 중이며, 달러인덱스도 110에 근접했다가 108대로 내려온 상황입니다. 시장은 강달러와 고물가, 고금리를 선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일본 금리 인상 확실시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됐습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은 오는 23~24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금리를 결정합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0.1%였던 단기정책금리를 0.1%로 올렸고, 7월에 다시 0.25%로 인상했습니다. 일본은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했지만 경제 회복에 따라 물가가 오르면서 제로금리 시대도 막을 내린 것입니다. 지난해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2%대를 유지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기업들이 급여 인상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점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미국의 달러인덱스가 계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일본이 저금리를 유지할 경우 엔달러환율이 더욱 올라 일본도 수입물가 상승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귀환이 일본의 금리정책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계속해서 저금리, 엔저를 유지할 경우 미국의 통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히미노 료조 부총재는 이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금리 결정 회의에 참석하는 위원 9인 중 과반수가 인상에 찬성하는 분위기여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인상폭은 알 수 없으나 만약 0.25%포인트를 올려 0.50%가 된다면 2008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 됩니다. 일본은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입니다. 
 

지난해 12월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은행 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작년 150엔-1360원…지금 155엔-1440원 ‘취약’
 
두 경제 대국의 금리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작년에 일본이 금리를 올렸을 당시 증시에서 벌어졌던 충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시장 참여자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전 세계에 투자(엔케리 트레이드)하던 자금이 청산 압력을 받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31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후 8월 1일부터 5일까지 3영업일 연속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습니다. 특히 5일 코스피 낙폭이 8.77%, 장중 10.81%에 ‘블랙먼데이’라는 표현이 붙기도 했습니다. 외환시장 또한 크게 출렁여 2일엔 원달러환율이 13원이 떨어졌고, 5일엔 14원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은행은 전체 엔케리 트레이드 잔액을 506조엔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중 10분의 1만 움직여도 시장에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당시 일본에선 금리 인상 흐름에 외환시장이 먼저 움직여 7월 초순 1달러당 160엔 위에 있던 엔달러환율이 금리 인상 당일 150엔까지 하락했고, 8월엔 140엔대 중반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9월부터 다시 올라 지금 엔달러환율은 158엔까지 올랐다가 155엔 부근에 형성돼 있습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을 외환시장에서 선반영한 폭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원달러환율은 작년 일본의 금리 인상 전후의 1360원대보다 100원가량 높습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취약해졌다는 의미여서 시장 변화에 따른 충격을 소화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마침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설연휴 전이다 보니 시장에선 자연스럽게 쉬어가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높은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며 “방어적 포지션 구축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주중에 코스피가 2600 근처까지 오르면 비중을 줄이고 연휴를 맞고, 2500선 초중반이면 팔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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