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빈집…무너지는 지방 건설사
지방 저조한 청약 성적…폐업 신고 건설사 늘어
2025-01-20 16:24:53 2025-01-20 17:50:16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들어 지방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가 모두 저조한 청약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와 폐업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충남 천안 서북구 ‘천안 두정역 양우내안애 퍼스트로’는 지난 6~7일 실시한 406가구 1·2순위 청약에 63명만 신청했습니다. 전용면적 64㎡는 3억5500만~3억9000만원 선, 전용 84㎡는 4억5500만~4억9500만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특별공급 61가구 모집에는 1명이 신청했습니다. 
 
부산 강서구 대저2동 ‘부산에코델타시티 대방 엘리움 리버뷰’(469가구)도 1·2순위 청약에 140명이 신청해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특별공급 61가구 모집에는 1명이 신청했습니다. 
 
특별공급 청약 접수 0건 단지도 있었는데요. 대구 동구 신천동 일대에 공급되는 A단지는 지난 13일 진행된 53가구 특별공급에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전날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도 418가구 모집에 42명이 접수해 미달을 기록했습니다.
 
분양시장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는 악화하고 있는데요.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 시장 전망지수는 71.4로 세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수도권 6.6포인트, 비수도권은 1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해당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회원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아래면 그 반대를 의미합니다. 
 
(자료=주택산업연구원)
 
 
악성 미분양 여전 …줄도산 우려 '가중'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상승한 102.8로 전망됐습니다. 분양물량이 감소하지만 강력한 대출규제와 불안한 정치상황 등으로 수요자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1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 역시 68.4로 이는 전달 대비 20.2 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집값 하락기인 2022년 9월 이후 최대 하락 폭입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18.6 포인트(90.6→72.0), 광역시 24.1 포인트(90.2→66.1), 도 지역은 18.0 포인트(86.6→68.6) 하락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기준 총 1만8644채로 2020년 7월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대다수인 1만4802채가 지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제 혜택 부여, CR리츠 도입 등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방을 사업의 중심으로 둔 건설사들은 고전하고 있는데요. 최근 경상남도 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건설 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미수금이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부산 7위 건설사인 신태양건설도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지방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서울 소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로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회사 수는 전국에서 크게 늘고 있는데요.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회사는 516곳으로 전년 418곳 대비 23.4% 증했습니다. 2022년 261곳에 비하면 2배가 넘게 늘어난 셈입니다. 반면 2022년 5146곳에 달했던 신규등록 종합건설회사는 2023년 1307곳으로 줄고, 지난해는 434곳으로 1년 전보다 7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와 미분양 적체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 원가율 급등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며 건설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국토부 장관의 공백에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책 추진의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죠.
 
한 지방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금 지급이 계속 늦어지면서 수익이 나빠져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건설사가 더 많아질 수 있다"면서 "건설 업황이 부진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지방 건설사의 경우 자금 유동성이 좋지 않아 경영 악화를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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