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씨가 19일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8일만, 새해 15일 내란수괴 혐의로 체포된 지 닷새 만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된 된 건 헌정 사상 처음입니다. 하지만 윤씨는 구속된 뒤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에서도 불응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된 피의자는 최장 20일 동안 수감이 가능합니다. 이에 윤씨는 내달 초 기소될 걸로 보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윤석열씨가 지난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2시50분쯤 내란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영장 발부 사유는 증거인멸 우려입니다. 윤씨는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습니다. 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열흘 뒤인 14일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새해 15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에 체포당해 서울구치소에 구금됐습니다. 그러나 윤씨는 체포 당일 공수처 조사에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16일과 17일엔 거푸 조사에 불응했습니다.
공수처는 17일 저녁 윤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윤씨는 18일 오후 2시부터 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습니다. 윤씨는 공수처 조사를 거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구속영장심사엔 전격적으로 출석했고, 45분가량 자신의 입장을 직접 진술했습니다.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법원에 호소하겠다는 취지였으나 법원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씨가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씨는 구속된 뒤에도 혐의를 부인합니다. '공수처는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반복합니다. 윤씨의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치가 죽고 , 법 양심이 사라졌다. 엉터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모든 사법 절차에서 잘못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정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수처는 윤씨에게 이날 오후 2시 출석할 걸 통보했으나 윤씨 측은 "공수처에 더 말할 게 없다"며 불응했습니다. 공수처는 윤씨가 출석에 계속 거부하면 강제인치나 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법조계는 윤씨가 2월5일 전후로 기소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체포 기간을 포함해 10일 이내에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한 차례 10일 더 연장이 가능합니다. 즉, 수사기간은 20일 정도가 되는 겁니다. 공수처가 지난 15일 윤씨를 체포됐던 것을 고려하면 오는 2월3일까지가 구속 만기일인 겁니다.
다만 이 기간 중 윤씨가 체포·구속적부심을 청구, 법원이 심사 서류를 접수한 때부터 검사에게 반환할 때까지 시간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윤씨는 이미 15일 체포적부심을 청구한 바 있기 때문에 구속적부심도 청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구속적부심을 고려하면 2월5일 정도가 구속 만기일이 될 걸로 보입니다. 앞서 윤씨는 공수처에 체포된 날 저녁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16일 밤 '기각'됐습니다.
다만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습니다. 때문에 공수처는 윤씨를 10일간 조사한 뒤, 기소권을 가진 검찰로 서류를 넘겨야만 합니다. 공수처와 서울중앙지검은 윤씨를 각각 10일씩,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하기로 사전 협의한 바 있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구속기간은 해석의 여지가 있어 확정적으로 '구속기간이 얼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구속기간 20일 가운데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10일씩 쓰기로 잠정 협의를 했다"라면서 "공수처 수사 상황에 따라 사건이 진행되는 것을 봐서 결정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19일 새벽 윤석열씨가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되자 윤씨를 지지하는 아스팔트 보수들이 서울서부지법으로 난입해 폭력사태를 일으켰고,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됐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씨를 지지하는 아스팔트 보수들은 전날 오후 2시 서부지법에서 윤씨의 구속영장심사가 진행되자 법원 앞에 집결해 윤씨 구속영장 반대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이날 새벽 법원이 윤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안으로 난입해 창문을 깨고, 외벽을 파손하거나 기물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9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습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끝까지 추적해 구속수사 하는 등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서부지법 난동에 가담한 86명을 연행해 18개 경찰서에서 분산 조사하고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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