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서울서부지법이 윤석열씨 구속영장을 발부한 19일 새벽. 윤씨를 지지하는 아스팔트 보수들은 서부지법을 습격, 법원 외벽과 창문을 부수고 기물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습니다. 법치주의가 무너진 겁니다. 아스팔트 보수들은 경찰들과 기자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를 선동하는 메시지를 냈던 윤씨 측도 이번만큼은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씨가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씨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9일 새벽 2시50분쯤, 서부지법이 윤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흥분한 아스팔트 보수들이 법원을 습격했습니다. 이들은 창문을 깨고, 외벽을 파손하거나 기물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습니다. 경찰의 방패를 빼앗았고, 법원 안 컴퓨터를 부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스팔트 보수들은 윤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당시 그는 법원 경내에 없었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아스팔트 보수들은 전날인 18일 윤씨 구속영장심사를 전후로 서부지법 앞에 집결했습니다. 이들은 법원을 에워싸고 "불법영장 중단하라", "구속 무효", "(영장) 기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서부지법 담을 넘었다가 경찰에게 잡힌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구속영장심사가 끝난 후 법원을 빠져나가는 공수처 차량 2대를 가로막고 차를 좌우로 흔드는 등 위협을 가했습니다. 공수처 차는 타이어에 펑크가 났을 정도입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서부지법이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입장문을 내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일부 시위대의 서부지법 난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분쟁과 그 시시비비는 헌법이 정한 사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만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끝까지 추적해 구속수사 하는 등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서부지법 난동에 가담한 총 86명을 연행해서 18개 경찰서에서 분산 조사하고 있습니다. 윤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차 부장판사는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게 됐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윤씨 지지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추정 차량의 앞을 막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되자 윤씨 측도 여론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눈치입니다. 19일 오전만 해도 윤씨 측은 구속영장 발부를 비판하며, 아스팔트 보수를 저지한 경찰을 지적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변호인단은 "민주노총 불법 시위엔 그토록 관대했던 경찰이 평화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자극하고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경찰은 시민을 자극하고 공격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씨는 앞서에도 아스팔트 보수를 '애국'으로 치켜세우며 보수결집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윤씨는 새해 1일에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한 아스팔트 보수를 향해 자필 서명이 담긴 메시지를 내고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씨는 자신을 탄핵하고, 처벌을 원하는 시민들을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이라고 폄훼한 겁니다.
윤씨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17일에도 메시지를 내고 "구치소에서 잘 있다"면서 "많은 국민들께서 추운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윤씨가 말하는 국민은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서울구치소 앞에 모여 있는 아스팔트 보수를 가리키는 겁니다.
하지만 윤씨는 돌연 19일 오후엔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공개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입장문에 통해 "(윤씨가)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많은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당부했다"며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히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들이 윤씨의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서 서부지법을 습격한 일에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자 윤씨도 몸을 사리는 걸로 풀이됩니다.
윤석열씨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씨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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