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유통가에서는 미국 측과의 소통 창구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가 트럼프 취임 이후 국내 경제와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추후 미국 관련 사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1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1위 온·오프라인 수장들이 오는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취임식과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정 회장은 지난달 트럼프 일가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국내 기업인 중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었죠.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 또한 이번 취임식과 무도회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김 의장 국적이 미국일 뿐만 아니라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는 미국 법인이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입니다. 최근까지 미국 쿠팡Inc에서 일했던 정책 관련 총괄 임원 알렉스 웡이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발탁되는 등 쿠팡은 미국을 비롯해 트럼프 인사와의 연결고리가 깊습니다.
식품업계에서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취임식에 갑니다. SPC그룹은 꾸준히 미국 사업 보폭을 넓혀 왔는데요. 2005년 미국에 진출한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현재 북미에서 2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아메리카 본부 조직을 정비하며 미주 사업 확대 기틀을 닦았고, 올해 들어 미국 텍사스주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입해 제빵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오는 2030년까지 북미 지역 파리바게뜨 매장 수 1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장 준공을 통해 K-베이커리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입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범석 쿠팡Inc 의장,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총괄부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각 사)
패션업계 재계 인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총괄부회장이 취임식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카스텔바작 대표이사 자격으로 참석하게 된 최 부회장은 현지 정계, 재계 인사들과 교류한 뒤 뉴욕에서 열리는 글로벌 섬유패션 전시회 '텍스월드 USA 2025'를 참관할 계획입니다. 카스텔바작 관계자는 "형지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으로 국내 유통업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점쳐집니다. 선거 공약대로 중국 제품에 최대 60%, 한국 등 다른 나라 제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직접적인 파장이 예상되며, 강달러 기조 지속과 미중 무역전쟁 재발 시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K-푸드·뷰티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식품·뷰티 기업들은 관세가 가장 큰 불안 요소로, 보편 관세 실현에 따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 중국은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가까운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며 "국내 유통사나 브랜드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취임식 참석이 사업적으로 연관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제조업 회사라면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원료 수입, 상품 수출 등을 의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통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해외 타사와의 합작이나 국내외 브랜드 론칭 등 협업 또는 중개 형태를 예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로 미국 측 인사와 관계를 쌓은 부분이 몇 년 후 사업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사업 구상을 가시화할 단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