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의사 파업
’ 사태가 어떤 정책적 쟁점을 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 뉴스로 접하는 소식은 귀동냥으로 들었다
. 그럼에도 구체적으로 수가가 어떻게 책정되고 어떤 방식으로 보전 받는지 등 의료계 내부 사정을 꼼꼼히 알지 못한다
. 아마 전교
1등을 해 본 적 없기 때문일까
. 그러니 쟁점에 관해선 굳이 아는 척하지 않고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느낀 내 감정만 얘기하겠다
. 내게
‘의사 파업
’ 사태가 남긴 건 그들만의 리그
, 명백한 선
(경계
)을 확인한 딱 그것뿐이다
.
대한민국에선 1년 365일 크고 작은 파업과 단체행동이 발생한다. 책임지는 삶이 ‘어른의 삶’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모두는 파업에 나설 때, 단체행동에 나서기 위해 ‘투쟁’이란 조끼를 걸쳐 입을 때, 해고당할 각오를 한다. 그 정도 ‘결기’를 담고 진심으로 나서지 않으면, 상대도 진심으로 답하지 않는단 걸 우린 잘 안다. 그게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의 다짐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선 그 진심과 다짐이 괴이하게 다가왔다. 환자 사망이 잇따라도 당장 파업을 철회하지 않을 만큼 시커먼 의지만 존재했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보고 있자면 “무엇을 위해?”란 의구심만 커졌다. ‘결기’로 포장한 치사함만 느껴졌다. “우린 다르다”는 선민 사상, 특권 의식만 보였다.
전공의들이 사표를 제출할 때부터 의문이었다. 의료 정책이 잘못돼 이 엄중한 시국에 파업을 할 정도인데 왜 사표를 무기로 내세웠는지 이해가 안 됐다. 정말 바꾸고야 말겠단 의지였다면 사표가 아닌 의사면허 반납을 불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표는 이직할 때 내는 것이다. 이 병원에 사표를 내고 저 병원으로 다시 가면 그만이다. 어차피 이 병원도 저 병원도 전공의 대부분이 동시 사표를 냈다. 사표가 수리돼도 그들의 일자리는 넘쳐난다. 해고도 불사하고 투쟁과 파업에 나서는 대다수 국민과 그들은 전혀 달랐다.
의대생들의 국시 구제 요구에는 참담한 실소마저 터져 나왔다. 그 어느 국가시험이 수험생 개인 사정을 이유로 구제방안을 내놓는단 말 인가.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조카에게 “너도 다음 시험 놓치면 투쟁해. 구제방안 내놓으라고”라며 부추겨야 할 판이다.
의사들과 의대생들 모습을 보며 영화 ‘기생충’ 속 박사장(이선균) 대사가 생각났다. 새로운 운전기사 기택(송강호)에게 “선을 넘는 사람이 난 가장 싫다. 선 넘지 마라”며 기택과 선을 긋는 박사장은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나는 너와 다르단 특권 의식. 의사들과 예비 의사들의 지금도 그저 박사장의 모습일 뿐이다.
의사는 일반 국민 위에 선 또 다른 국민이 돼야 하나.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의료계 요구는 정당하고 우리 진심은 국민을 향해 있다고. 그렇다면 그 진심을 내보이길 바란다. 사표가 아닌 의사면허 반납을 불사하고, 국시 구제가 아닌 1년 후 시험도 불사하며 당신들의 진심을 보이길 바란다. 그것이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이 생존을 걸고 투쟁하며 살아가는 보통의 모습이다.
드라마 ‘라이프’ 구승효(조승우) 사장의 극 중 대사를 빌려 지금 의사들에게 묻는다. “오직 환자를 살리기 위해 선서하신 의사 선생님들, 그 환자 살리기 위해 거기 그렇게 모여 있으신 건가요? 그런 건가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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