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부당성, 다자기구 카드로 '환기'
반도체 수출기업 불확실성 해소에 방점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는 반전 기회
2020-06-02 18:26:32 2020-06-03 19:02:46
[뉴스토마토 이규하·백주아 기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것은 국내 수출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핵심소재의 국산화, 공급다변화 정책이 실현되면서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는 등 반전카드가 될 양상이 커졌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같은 기간 한국의 대일본 수출보다 6배 더 감소했다.
 
해당 기간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153억189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8억6012만 달러)보다 8.8%(15억4122만 달러)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91억963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4억5248만 달러)보다 2.7%(2억5610만 달러) 감소했다.
 
더욱이 코로나19와 수출규제조치에도 우리나라 반도체는 호조세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8개월 만에 총 수출(7.1%)과 일평균 수출액(14.5%)이 모두 플러스로 전환됐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일본의 액화 불화수소, 기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EUV용 레지스트 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업체는 국산이나 대만 등 타 국가 원재료로 일정부분 다변화를 이뤄 차질 없이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2일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 재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반도체 관련 최첨단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는 유럽산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SKC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등 수요기업과 시제품을 시험 중이다. 수출규제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LG디스플레이는 불화수소 100%를 국산화하면서 안정적인 활용을 하고 있다.
 
국산 제품으로 대체한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번 WTO분쟁절차 결정은 일본의 ‘불법과 부당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나승식 무역투자실장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서만 개별 허가를 바꿔 수출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는 불법성과 부당성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일본이 수출규제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실제 작년 대일 무역적자가 지난 2004년 이후 최저로 수출규제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양자 간의 접근법인 플랜B가 아닌 WTO 분쟁해결 절차인 다자기구 카드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WTO 재개는 1년 이상의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다자기구에 가져가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요하고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우리 제소 결정에 대해 그러한 시그널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관계자는 “정부는 정책으로 맞서고 있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은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의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해 현재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WTO가 재개되는 즉시, 분쟁해결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WTO 상소위원 7명 중 6명이 자리를 비운 상태다. 
 
세종=이규하·백주아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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