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해운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감소라는 위기에 처한 가운데 중국에 들른 선박은 14일간 기항지에 정박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20일 해운업계와 일본해사신문에 따르면 전날 18만톤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스팟운임은 일일 2000달러로 나타났다.
해운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감소라는 위기에 처한 가운데 중국에 들른 선박은 14일간 인도네시아에 기항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머스크 선박. 사진/머스크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10년간 케이프사이즈 평균 운임은 1만7000달러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화물 수요가 줄자 운임이 8.5배 떨어진 2000달러로 주저앉은 것이다.
반면 7만~8만톤급 파나막스 벌크선과 5~6만톤급 핸디막스는 일일 5000달러로 집계됐다. 케이프사이즈는 철광석부터 석탄, 곡물에 이르기까지 원재료를 나르는 벌크선 중 화물적재 용량이 가장 크다. 그럼에도 케이프 사이즈 운임이 파나막스와 핸디막스보다 더 적은 상황이다. 이는 시장에 대형선이 움직일 정도의 화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형선은 항로 다변화로 중국 화물 운항 비중이 적은 반면 대형선은 수요 시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이 악화되면 운임이 역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부 화주(화물주인)는 선주가 중국을 기항한 선박을 기용할 경우 운임을 일정 부분 인하토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워낙 1분기는 비수기라 운임 하락이 불가피한데 코로나 사태로 화물도 줄자 화주가 주도하는 시장이 됐다"며 "특히 벌크선은 중국 시장 영향을 많이 받아 이 사태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다 보니 벌크선 시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석탄 주요 수입국인 중국이 무역을 중단 하다시피하고 있고 벌크선 운임지수는 400대에 머물고 있다"며 "지수가 1000대로 오르기까지 갈길이 멀다. 벌크선 시장은 상반기내내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류 지연 문제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안영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중국을 기항한 선박에 대해 중국 출항 후 '14일 경과'라는 입항 제한 조건을 걸었다. 중국을 떠난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선박은 입항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운항 스케줄을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중국 출항후 '14일 경과'라는 입항조건을 내건 국가는 인도네시아뿐이다. 그러나 입항을 제한하는 국가가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관계자는 또 "인도네시아가 중국을 기항한 선박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기항 조건을 수립할 국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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